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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12일 금요일

[펌]반짝반짝, 미드의 최전선 8

미드효과 해부
2007.05.29 / 편집부

온갖 장르를 섭렵하는 미드가 줄지어 몰려오는 가운데, 국내와 해외 미드족들이 골고루 열광하는 작품들을 모았다. 미국 내에서의 미드 전쟁도 치열한데, 할리우드 거장들의 미드 프로젝트들도 선별했다.

병원은 인생을 싣고
<그레이 아나토미> Grey's Anatomy

감독 피터 호튼, 아담 데이비슨 등 | 출연 엘렌 폼피오, 패트릭 뎀시, 산드라 오, T.R. 나이트, 캐서린 헤이글, 저스틴 체임버스 | 제작사 터치스톤 텔레비전 | 1~3시즌


인턴 교육과정이 혹독하기로 유명한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 <그레이 아나토미>는 이 병원에서 외과의를 지망하는 다섯 명의 인턴, 메러디스, 크리스티나, 이지, 조지, 알렉스의 삶과 사랑을 그린다. 2005년 3월 첫 방송된 이래 지난 17일 시즌3 마지막 방송에 이르기까지 2년을 한결같이 인기몰이 중이다. 시즌3이 끝나기 몇 주 전부터 올 가을부터 방영될 시즌4의 행방에 대한 미드팬들의 호기심은 잦아들 줄 모른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에피소드 위주로 전개된다. 5층에서 떨어졌는데도 살아난 환자를 보고 생명의 소중함에 흥분하는 조지, 수술 중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고백할 것인지를 두고 윤리적 고민에 빠진 메러디스 등, 병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삶과 사랑, 인간을 말한다.

시즌3에서는 조금 방향이 바뀌었다. 캐릭터들의 방황이 전면화되는 것.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인 이지가 사랑하는 연인이 죽어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메러디스만 바라보던 조지가 다른 동료의사 캘리와 결혼한다. 꼬인 결혼생활에 조지와 이지가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쿨하게 연애하던 크리스티나와 버크도 갑자기 ‘사랑밖에 난 몰라’를 연발한다. 급기야 메러디스는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건을 겪기도 한다. 덕분에 '메러디스가 너무 질척댄다'거나 '캐릭터가 생기를 잃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여전히 <그레이 아나토미>는 <위기의 주부들>이나 <로스트>를 제치고 ABC 방송사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즌1의 마지막부터 등장한 메러디스의 연인인 데릭의 부인, 몽고메리 셰퍼드의 쿨함도 인기를 얻어, 몽고메리 외전도 준비돼 있다. 몽고메리가 LA 병원으로 가서 벌이는 일과 사랑을 담은 <그레이 아나토미> 스핀오프 <프라이빗 프랙티스>가 그것. 가을에 방송될 시즌4에서 인생이 담긴 병원 드라마는 계속된다. 박수진 기자



전미 최고 화제의 슈퍼히어로들 <히어로즈>
감독 그렉 비먼, 앨런 아쿠쉬 등 | 출연 마일로 벤티미글리아, 마시 오카, 헤이든 파네티어, 알리 라터, 그렉 룬드버그 | 제작사 NBC | 1시즌




아무리 규모가 크고 멋지게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히어로물엔 도저히 몰입 안 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유의 정서를 즐기며 대부분의 히어로물들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양쪽 취향 모두를 빨아들이는 드라마가 바로 <히어로즈>다. <히어로즈>는 전체 미국 드라마를 통틀어 현재 가장 큰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모든 이야기에는 그 시작이 있기 마련'이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되는 이 거대한 이야기는 가히 ‘슈퍼히어로들의 정통사극’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평범한 주인공들은 각자가 가진 능력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 능력이란 지금까지 슈퍼히어로들이 가진 능력들의 기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초라하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능력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이쯤 되면 <엑스맨>의 TV판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히어로즈>는 <엑스맨>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면서도 탄탄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선인과 악인으로 명확히 나눌 수 없는 인물들은 모두 생명력이 넘치고,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불어나는 인물들 속에서도 이야기는 중심을 향해 빨려 들어가듯 모인다. 2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1시즌은 현재 마지막 에피소드만 남겨둔 상태고 한국에선 케이블 채널 ‘캐치온’을 통해 18화까지 방영됐다. 문성원 기자



전설의 별이 된 지구 <배틀스타 갈락티카>
Battlestar Galactica | 감독 로날드 D. 무어 | 출연 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 매리 맥도넬, 그레이스 박, 아론 더글러스 | 제작사 Sci Fi | 0~3시즌




우주 저 멀리, 코볼 12 행성에서 살고 있던 인간 문명은 사일런이라는 인공지능 존재의 침략을 받아 길고 긴 전쟁에 들어간다. 전쟁 중 어느 날 사일런 족이 제시한 평화협정에 속아 넘어간 인간 문명은 사일런의 갑작스런 공격으로 말살 위기에 처한다. 이에 생존자들은 우주선 갈락티카 호를 타고 전설의 13번째 행성이자 인류의 마지막 피난처인 지구를 찾아 끝없는 여행을 떠난다. 수사물, 메디컬로맨스물, 정치물 등으로 이어진 미드 열풍이 이제 미드의 본류였던 SF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사실, 미드열풍의 본류는 1970~80년대 <스타 트렉> <스타워즈> TV 시리즈 등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우주 SF물 아니었던가.

2003년 버전 <배틀스타 갈락티카>(이하 '<배갈>')는 70년대 작품인 오리지널 <배갈>을 리메이크해 미국 NBC의 자매 채널인 Sci Fi 채널에서 방영한 것이다. 믿음직한 지도자 아다마 사령관, 수많은 복제인간이 존재해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샤론 부머, 천재성을 지닌 과학자지만 불안한 심리 상태 때문에 금발 미녀에게 조종당하며 사일런의 계략에 동조한 과거를 가진 가이우스 발타 박사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별 기대 없이 방영한 이 드라마 앞으로 450만 명의 시청자가 모여들어 시즌3까지 이어졌다. 올 가을 시즌4가 미국에서 방영된다. 박수진 기자



욕망의 역사에 경배를 <튜더스>
감독 키아란 도넬리, 앨리슨 맥클린 | 출연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 샘 닐, 나탈리 도너, 제레미 노담, 마리아 도일 케네디, 제임스 프레인 | 제작사 쇼타임 | 1시즌




쇼타임에서 <덱스터>의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혹은 HBO의 <엘리자베스 1세>와 <롬>의 성공에 질투를 느끼면서 제작한 10부작 사극. 에피소드당 2백만 달러, 첫 시즌 예산만 3천8백만 달러를 쏟아 부을 정도로 많은 공을 들였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지난 4월 1일부터 시작한 <튜더스>의 첫 에피소드는 지난 3년간 쇼타임이 방영했던 드라마 중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87만여 명의 시청률은 <덱스터>보다 무려 44%나 더 높은 수치였다. 이다지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배경은 무엇일까? 드라마의 주인공은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가 연기하는 헨리 8세다. 헨리 8세는 헨리 7세의 둘째 아들이자 요절한 형을 대신해 18세 나이에 왕위를 물려받는다. 헨리 8세는 종교개혁만큼이나 그에 영향을 미친 복잡한 여성편력으로 유명했다. <튜더스>의 출발점은 6명의 왕비 중 첫 사형희생자가 될 앤 블린과의 관계가 시작되는 시기다. 그것만으로도 <튜더스>가 집중하는 부분이 잘 드러난다.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는 영화 <매치 포인트>에서 보여줬던 야망을 넘어서는 광기 어린 캐릭터를 잘 소화해 스타덤에 올랐다. 고증은 던져두고 잔혹한 욕망의 역사에 경배를 올리는 듯한 이 패셔너블한 사극은 현재 에피소드 7까지 진행되었고, 여전히 뜨겁다. 문성원 기자



프로파일링 25시 <크리미널 마인드>
감독 제프 데이비스 외 | 출연 맨디 파틴킨, 토머스 깁슨, 셰마 무어, 매튜 그레이 구블러 | 제작사 CBS | 1~2시즌




<CSI> <NCSI> 등 극강의 수사물 라인업으로 유명한 CBS 방송국의 최신 수사물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는 프로파일러 집단인 FBI의 BAU(Behavior Analysis Unit : 행동분석팀)의 활약을 그린다. 프로파일러는 증거에 입각한 과학 수사관들과는 달리 심리분석을 통해 범인의 유형을 추론해내는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의 전문가. 두뇌게임을 통해 범인을 쫓다보니 각각의 에피소드가 한 편의 스릴러영화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천재 박사 리드 역의 매튜 그레이 구블러는 또 하나의 미드 스타 탄생을 예고케 한다. CBS의 야심찬 수사물인 <크리미널 마인드>는 에드워드 앨런 베네로라는 10년 경력의 전직 경찰이 제작자로 참여해 극의 리얼리티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스피드> <라이언 일병 구하기> <그레이 아나토미>를 제작한 미다스의 손, 마크 고든이 총지휘를 했다. 스타급 배우들이 포진하지는 않았지만 빠른 상황전개와 증거사진에서 범죄현장으로 넘어가는 편집기법, 삶에 혜안을 주는 경구들의 인용, 완성도 높은 음향과 영상은 <크리미널 마인드>만의 특징이다. 미국 현지에서 2005년 9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현재 시즌2의 마지막 편 방송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CGV채널에서 시즌2의 중반부가 절찬리에 방영 중이다. 김교석 기자



규모와 리얼리티가 쌍벽을 이루다 <롬>
ROME | 감독 마이클 앱티드, 앨런 쿨터 외 | 출연 케빈 맥키드, 제임스 퓨어포이, 시아란 힌즈, 폴리 워커 | 제작사 HBO, BBC | 1~2시즌




시대극 드라마에 대한 기준을 바꿔놓은 미드. 이런 규모, 이런 고증의 서사극 드라마는 영화의 스펙터클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미국 HBO와 영국 BBC가 만들어낸 대규모 서사극 <롬>는 이탈리아에서 올 로케이션을 감행했다. 시즌 1이 인기몰이를 한 후 어마어마하게 프로덕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시즌 2는 무려 1억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HBO조차 감당키 어려운 제작비 문제 때문에 시즌 2를 10회로 끝냈고 시즌 3 제작은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이야기는 BC 25년, 로마 공화정 말기에서 출발한다. 줄리어스 시저의 갈리아 정복을 시작으로 옥타비아누스가 권력을 장악하고 로마 제정시대를 열기까지의 역사를 압축한다. 그러나 역사적 인물을 타이틀롤로 삼는 대신 루시우스 보레누스와 타이투스 풀로라는 두 명의 마초 평민을 전면에 내세우고, 역사 속 유명인들을 조연 삼아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런데도 로마 문명이 서양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학구적 관심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물론이요, 기독교적 세계관이 서양사를 지배하기 전 근친상간, 근친혼, 동성애가 일상이던 로마시대의 풍경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로마라는 거대 국가의 야만성과 문명성이 남자와 여자, 주인과 노예, 귀족과 평민의 대립을 통해 다층적인 구조 안에서 충돌하는 것. 시대극의 거장이자 <코난 - 바바리안>의 감독 존 밀리어스가 제작에 참여했고 이 외에도 <007 언리미티드>와 <나니아 연대기 2>의 감독인 마이클 앱티드, <할리우드 랜드>의 감독이자 <섹스 앤 더 시티> <소프라노스>의 에피소드들을 연출했던 앨런 쿨터 등이 <롬>의 에피소드 연출을 하며 탄탄한 스토리를 이어간다. 타락한 시대상을 반영하느라 노출과 폭력을 자제하지 않는 19세 이상 관람가 수준의 표현도 미드 폐인들을 열광시킨 요소 중 하나다. 김혜선 기자



연쇄살인범의 사회 적응기 <덱스터>
감독 마이클 쿠에스타 외 | 출연 마이클 C. 홀, 줄리 벤즈 | 제작사 쇼타임 | 1시즌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미국 쇼타임의 화제작. 모기가 살갗을 파고드는 것을 미세 현미경으로 바라보듯 시작하는 <덱스터>의 오프닝 시퀀스는 살인의 전주곡이자 피의 찬양곡 같이 아찔하다. 신인 작가 제프 린제이가 쓴 베스트셀러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를 원작 삼아 만들어졌지만 드라마가 소설보다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일 만큼 완성도가 높다. <덱스터>는 살인본능을 어쩔 수 없다면, 사회의 암적 존재들을 골라 완벽하게 없애버리겠다고 작정한 연쇄살인범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연쇄살인범을 전면에 세워 살인과 신체 훼손을 미화한다는 비난도 일었지만 궁극적으로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는 방식을 체득하는가를 색다른 소재로 풀어낸 이야기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마이클 C.홀의 원 맨 드라마. 소재 자체부터 독특한 이 드라마는 첫 회 방영 시 60만 명이 넘는 시청자를 기록하며 쇼타임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갱신한 시리즈가 됐다. 예상치 못한 높은 인기에 쇼타임은 계획에 없던 시즌2의 제작에 나섰고 올 가을 12편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방영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시즌1을 방영한 바 있는 FOX채널에서 다음 시즌도 방영한다. 김교석 기자



못생겨서 가치 있는 이야기 <어글리 베티>
감독 리처드 셰퍼드 외 | 출연 아메리카 페레라, 에릭 마비우스, 앨런 데일, 바네사 윌리엄스 | 제작사 ABC | 시즌1




못생긴 베티의 좌충우돌 회사생활. <어글리 베티>의 이야기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언젠가는 꼭 잡지를 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베티는 이력서를 내는 곳마다 못생긴 얼굴에 촌스런 패션감각 때문에 물을 먹는다. 그러다 업계 최고의 패션잡지 ‘모드’ 편집장 비서직에 덜컥 합격한다. 편집장의 아버지이자 모드 그룹의 회장이 바람둥이 아들이 비서와 바람나는 것을 막으려고 못생긴 베티를 비서로 낙점한 것이다.

ABC 방송이 컬럼비아 TV 드라마 <나는 못생긴 베티>를 각색해 <어글리 베티>를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베티 역의 배우를 찾는 것이었다. 못생기긴 해도, 지혜와 솔직함 같은 행동으로 사랑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안성맞춤'인 아메리카 페레라가 있었다. 2002년 선댄스영화제에서 <리얼 우먼 해브 커브>라는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받아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페레라는 기꺼이 베티 역을 위해 교정기를 끼고, 두꺼운 뿔테안경을 썼다. 촌스러운 패션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페레라는 올해 골든글러브시상식 TV 부문에서 최우수여자연기상을 받았으며 2007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도 선정됐다. 그녀가 시상식에서 말했던 것처럼 <어글리 베티>는 “TV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을 가져다 줬기에 소중한 드라마”다. 현재 미국에서 시즌2가 방영된 <어글리 베티>는 KBS가 발 빠르게 계약을 맺어 한국에서도 미국 현지와 큰 시차 없이 공중파로 볼 수 있다. 채널 CGV에서는 6월 11일부터 방영할 계획이다. 박수진 기자

[펌] 미드는 영화를 잠식하는가?

미드효과 해부
2007.05.29 / 주성철 기자

영화와 TV 드라마는 언제나 경쟁해왔다. 하지만 이제 드라마에 대한 영화의 우월감은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다. 와 <로스트> 그리고 <히어로즈>로 이어지는 미드 열풍은, 영화와 드라마가 전혀 다른 길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걸 일러준다.

요즘 소위 ‘미드족’들에게 새로이 뜨고 있는 TV 드라마는 지난 4월부터 쇼타임 채널에서 방영에 들어간 <튜더스>다. 헨리 8세의 궁정 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고 있는 <튜더스>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를 볼 수 있어서다. 최근 영화 <매치 포인트>(2005)와 <미션 임파서블 3>(2006)을 통해 만날 순 있었지만 <튜더스>에서 뿜어내는 매력은 그보다 더 빛난다. 그는 지난 2005년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한 CBS의 전기 TV 시리즈 <엘비스>에 엘비스로 출연한 적도 있었기에, 이들 미드는 관심 있는 배우의 다른 모습을 접할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됐다. 덧붙여 <튜더스>에서는 <윔블던>에서 잠시 볼 수 있었던 샘 닐 아저씨도 만날 수 있고, <엘비스>에서는 영화 <터미네이터 2>의 액체 터미네이터 T-1000으로 기억하는 로버트 패트릭을 볼 수 있다. 심지어 로버트 패트릭은 드라마 <엘비스>에서 엘비스의 아버지로 나오고, 영화 <앙코르>에서는 쟈니 캐쉬의 아버지로 나오니,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이 절묘한 캐스팅이란! 정말 기분이 묘하다. <프리즌 브레이크>를 통해 ‘석호필’ 웬트워스 밀러라는 새로운 스타의 출현을 목격하는 것도 즐겁지만 <24>의 키퍼 서덜랜드, <히어로즈>의 에릭 로버츠, <스미스>의 레이 리오타, <제리코>의 스킷 울리히, <샤크>의 제임스 우즈를 보는 것도 미드가 주는 색다른 즐거움 중 하나다.

★영화 속편보다 궁금한 다음 시즌



최근 몇 년간 접한 영화, 드라마, 만화를 통틀어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드라마 <하우스>(2004-)의 ‘닥터’ 그레고리 하우스(휴 로리)였다. 괴팍한 성격에다 지팡이에 의지하고, 모든 환자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의사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성미 까다로운 의사다. 독설이 끊이지 않아 심지어 무례하기까지 하지만 매회 특별한 병을 지닌 환자들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유능한 전문의이기도 하다. ‘저 인간을 좋아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는 점에서 한국 드라마 <하얀거탑>의 장준혁(김명민)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 바꿔 말해 최근 몇 년간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 하우스만 한 매력적 캐릭터를 찾지 못했다는 말이다.

캐릭터를 넘어 작품으로 파고들면 재미있는 구석이 더 많다. 가령 <24>의 테러방지단, <CSI>의 현장감식반, 주로 뼈를 다루는 <본즈>의 법의학 특별수사대, <크리미널 마인드>의 행동분석팀, <덱스터>의 혈흔분석 전문가 등 소위 범죄스릴러 장르의 대표적 미드들은 치밀한 전문성을 요한다.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치밀한 시나리오와 스피디한 전개에는 감히 다른 나라 드라마가 따라갈 수 없는 월등함에 있다. 가령 국내에 Sci Fi 채널 같은 SF 전문 채널이 생기리라 기대하는 것도 지금 당장 한국영화계에 <트랜스포머> 수준의 영화를 기대하는 것처럼 생경한 일일 것이다.

사람들이 미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세계, 영화로도 체험하지 못한 이미지와 내러티브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변화해온 매체환경과도 맞물려 있다. 영화와 비교해 과거의 <스타 트렉> <X파일> 역시 그러한 혁신적 지점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지만, 명백하게 미드가 영화와 대등한 지위로 올라서게 된 것은 역시 2000년 <CSI>가 시작되면서부터일 것이다. ‘구경거리로서의 영상’이라는 측면에서 드라마가 영화를 압도할지도 모른다는 인상적 순간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섹스 앤 더 시티>나 <웨스트 윙> 같은 드라마들도 역시 큰 성공을 거뒀지만 기존의 TV 드라마들과 규모나 스타일 면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면, 와 그 이후의 <로스트>(2004-)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나아갔다. 또한 2000년은 HBO가 본격적인 드라마 제작에 나선 시기이기도 하다.

이제 사람들은 ‘디렉터스 컷’뿐만 아니라 ‘프로듀서스 컷’이란 것에도 관심을 가진다. 프로듀서스 컷은 지상파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추가 장면과 드라마에 대한 추가 해설이 덧붙여진 것으로, 영화로 치자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디렉터스 컷과 마찬가지다. NBC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의 시대, TV 드라마가 영화를 압도할 여지는 더 커 보인다.

<스파이더맨 3>를 보면서 무지 길다고 느꼈다. 영화가 지루해서 길다고 느껴진 게 아니라 정말 영화가 길었다는 말이다. 전작들에 비해 악당 수도 셋으로 늘고 피터(토비 맥과이어)와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 해리(제임스 프랑코)의 삼각관계까지 더해져 마치 3개의 에피소드로 나뉜 한 편의 미니시리즈를 연이어 본 느낌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즐겁게 관람함과 동시에 ‘4편에서는 어쩌려고?’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팬들은 3편보다 수적으로 더 많고 강력한 적들이 등장하길 원할 테고, 그렇게 새로운 인물들이 추가될수록 러닝타임은 더 늘어날 테다. 실제로 <스파이더맨 3>는 전작들보다 무려 10분 이상 더 늘어났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샌드맨(토마스 헤이든 처치)의 가족사가 궁금해지기도 하니, 그 시간으로도 딱히 성에 차는 건 아니다. 샌드맨 역시 <엑스맨>에서 <울버린>과 <매그니토>라는 스핀오프(한 영화의 캐릭터를 가져와 또 다른 독립된 작품을 만드는 것)가 빠져나올 예정이듯, 새로운 영화로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정해지지 않은 일이다. 어쨌든 관객들은 앉은 자리에서 한 편으로 끝장내길 원하는 욕심 많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궁금하다. <스파이더맨 4>는 과연 어떤 규모로 돌아올까?

시간 얘기로 시작해보자. 어쩌면 지금의 영화는 ‘러닝타임’이라고 하는 근본적인 한계와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위에서 보듯 소위 극장을 휩쓸었다고 하는 수많은 영화들이 이제 2시간을 넘기는 건 예사다. <스파이더맨 3>는 말할 것도 없고 곧 개봉할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도 3시간에 육박한다. 반면 애니메이션 <슈렉> 시리즈는 곧 개봉할 3편에 이르기까지 모두 95분을 넘지 않는다. 그 다음 주자인 <오션스 13>은 어떤가? 친절하게 제목에서도 알려주고 있듯, 전편들보다 러닝타임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요 <오션스 일레븐>(2001)을 시작으로 <오션스 트웰브>(2004)를 거치며 등장인물들이 하나씩 추가되고 있다. 그럼 이 시리즈 역시 과연 ‘나인틴’ ‘트웬티’까지 계속 나아갈지도 모른다. 보통 ‘90분’이라 얘기되는 상업영화의 암묵적 규칙이 깨진 건 무척 오래된 일이다. 영화도 이제 TV 미니시리즈처럼 갈수록 할 얘기가 많아지는 것이다. 이런 영화와 TV 드라마의 첫 번째 대결로 기록될 만한 영화는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1997)이다.

<타이타닉>의 러닝타임인 195분은 당시로선 실로 경이적인 사건이었다. 하루 4회 상영밖에 할 수 없었고, 할리우드 상업영화가 3시간의 러닝타임을 훌쩍 넘어선다는 것은 모험이라기보다 제임스 카메론 개인의 투쟁에 가까웠다. 137분의 <에이리언 2>(1986)를 시작으로 가볍게 2시간을 넘기기 시작한 그는 이미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1991)과 <트루 라이즈>(1994)에서도 2시간에서 20분 이상을 훌쩍 넘기는 모험을 계속해왔다. <타이타닉>이 거둔 성공은 후반부의 강력한 특수효과에 힘입은 바 크지만, 사실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는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로즈(케이트 윈슬렛)의 러브스토리가 핵심이다. 하지만 <타이타닉>은 전세계적인 흥행돌풍을 일으켰고 이후 많은 영화들이 2시간 이상의 러닝타임을 용기 내 시도하는 데 중요한 전범이 됐다. 또한 그것은 현대 상업영화가 직면한 러닝타임의 위기를 돌파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제임스 카메론이 열어놓은 길을 후배 감독들이 이었다. 러닝타임 파괴의 후계자는 마이클 베이다. 118분의 <나쁜 녀석들>(1995)은 무난한 수준이었지만 141분의 <더 록>(1996)을 시작으로 145분의 <아마겟돈>(1998), 177분의 <진주만>(2001), 143분의 <나쁜 녀석들 2>(2003), 135분의 <아일랜드>(2005)까지 그도 TV 드라마의 자유로운 러닝타임과 싸워온 대표적인 감독이다. 특히 3시간에 육박한 <진주만>은 이야기 구조에 있어 <타이타닉>의 절대적 벤치마킹처럼 보였다. 올여름에 찾아올 그의 신작 <트랜스포머> 역시 러닝타임이 그에 못지않다고 한다.

<타이타닉>의 러닝타임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 역시 <킹콩>(2005)으로 186분을 기록했다.(물론 그에게는 199분이라는 최고기록의 <반지의 제왕 3: 왕의 귀환>이 있지만 오리지널 원작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일단 제외하기로 한다) 1933년에 만들어진 오리지널 <킹콩>(1933)이 100분, 그 리메이크작인 존 길러민의 <킹콩>(1976)이 136분이었음을 감안하면 실로 대대적인 수술이 더해진 셈이다.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은 갈수록 러닝타임을 늘리길 요구하고 있다. 이전보다 더 스펙터클하게 보여주기도 해야 하지만, 계속 더 많이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는 현대영화에 있어 ‘2시간 안팎’이라는 애매모호한 장편개념은 갈수록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영화도 오페라나 뮤지컬처럼 중간에 쉬는 시간을 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들의 러닝타임 증가 추세

<매트릭스>(1999) 136분

<매트릭스 2: 리로디드>(2003) 138분

<매트릭스 3: 레볼루션>(2003) 128분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2001) 178분

<반지의 제왕 2: 두 개의 탑>(2002) 177분

<반지의 제왕 3: 왕의 귀환>(2003) 199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 152분

<해리 포터의 비밀의 방>(2002) 162분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 141분

<해리 포터와 불의 잔>(2005) 156분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2007) 142분


<스파이더맨>(2002) 121분

<스파이더맨 2>(2004) 126분

<스파이더맨3>(2007) 139분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2003) 143분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2006) 143분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2007) 168분




★다른 길 가는 미드와 영화



영화와 TV의 대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TV의 등장과 더불어 몰락하리라 여겼던 ‘오락으로서의 영화’는 TV 브라운관의 저예산과 제한된 화면을 압도하는 여전한 구경거리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러닝타임의 한계를 비롯, 영화는 다시 한 번 TV 드라마의 거센 공격에 직면해 있다. 무한대로 늘릴 수 있는 방영시간과 캐릭터 수는 영화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TV 드라마의 강점이다. 어쩌면 최근 모든 영화들이 시리즈를 거듭하며 러닝타임이 길어지고 캐릭터 수가 늘어나는 것은, 전편과의 싸움이라기보다 당대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최신 미드와의 싸움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이제는 영화가 TV가 재현하지 못하는 관람자의 스펙터클한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반대로 영화에서 체험하지 못하는 걸 TV 드라마가 책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예컨대, <로스트> 같은 복잡다단하고, 수많은 인물들이 뒤섞이는, 그래서 인물 개개인의 과거사까지 훑는 일이 영화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한 사실은 이미 연재만화로도 증명된 부분이다. 만화는 같은 이야기라도 역시 TV 드라마처럼 무한정 권수를 늘려가며 연장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읽는 속도의 차이에 의해 누군가에게는 러닝타임이 10시간 일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는 100시간 일수도 있다. 여기서 역시 시간의 문제가 대두된다. 가령 미드 중 <CSI> 같은 정밀한 범죄 스릴러물, 혹은 <ER> <그레이 아나토미> 같은 의학드라마는 전문지식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야기의 전개와 무관하게 낯선 용어나 상황들을 해설할 일정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분명 2시간 안팎의 장편영화가 끌어안기 힘든 부분이다.

이제는 제한된 시간 말고도 특수효과라는 측면에서 미드가 더 큰 아이디어를 발휘할 때가 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이라는 절대적 차이를 차치하고라도, 소위 영화가 미드보다 더 후져 보일 때가 종종 목격되는 것이다. 그것은 영화가 TV보다 더 크고 놀라운 이미지를 제공한다는 식의 기존 영화의 자존심 혹은 그 오랜 우월성을 깨는 일이다. 가령 최근 개봉한 <넥스트>의 경우 크리스(니콜라스 케이지)는 2분 뒤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와 비교되는 인물은 최근 인기 TV 시리즈인 <히어로즈>의 히로(마시 오카)인데, 크리스와 비슷하게 시간을 제어하는 능력을 지닌 그가 시공을 오가는 모습은 <넥스트>와 비교해도 더 나아 보인다. 물론 <히어로즈>에서 타인의 모습으로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캔디스(미시 페레그림)의 경우는 <엑스맨>에서 같은 능력을 지녔던 미스틱(레베카 로마인 스타모스)의 특수효과보다 훨씬 떨어지긴 한다.

최근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지는 1시즌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히어로즈> 특집과 함께, 영화와 TV 시리즈를 가리지 않고 지난 25년간의 ‘베스트 SF 25’를 발표했다. 1위가 <매트릭스>(1999), 2위가 'Sci Fi 채널'의 TV 시리즈 <배틀스타 갈락티카>(2003-)다. 더불어 25편 중 11편이 TV 시리즈니 딱히 영화의 압도적 우위라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아마도 현재의 영화들이 TV 드라마와의 승부 그 이상으로, 무언가 새로운 걸 보여주기 힘든 위기의 시대와 맞닥뜨렸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이것은 또한 TV는 저급하다는 식의 인식을 떠나 그 어떤 상품화의 과정도 미학과 관계돼 있다는, 즉 “소비사회의 모든 것이 미적 차원을 떠맡았다”는 문화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의 말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이제 미드는 영화의 뒤를 좇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동등하게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먼 훗날, 누군가 <로스트>에 대해 “TV 드라마 역사의 <시민 케인> 같은 작품이었지”라고 말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한다면, 지나친 상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