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리고 아마 그녀도, 이 세계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얼마 전에 국내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입니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속에서 고양이의 눈을 통해서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의 일상을 담담히 얘기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보고서는 잔잔하지만 긴 여운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나레이션으로 깔리는 목소리가 참 좋아서 어색한 발음으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일본어를 흉내내기도 하고
마지막 대사와 함께 전해지는 느낌때문에 보고 또 보고 수도없이 봤었던
요즘 유행하는 일본 소설도 그렇지만
일본 문화의 색깔이랄까요? 전체적으로 깔끔한 수채화같은 느낌이 들어요
(물론 한국 웹서버의 60%를 차지하는 일본산
포르노는 예외입니다)
이상
펌----------------------------------------------------------------------------
저녁을 먹고 누워있다 다운 받아둔 이 애니가 생각이
났다.
사실 어제는 신카이 마코토 스페셜 데이였다.
이전에 본 <별의 목소리>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가 문득 생각이 났고
그걸 다운받기 위해서 검색을 하다 우연히 찾게 된 애니다.
신카이 마코토를 처음 접한 건 2005년 여름. 파리에서 나랑 같이 지내던
유학생놈.
태윤이를 통해서다.
쉐어 메이트를 하게 되면서 친해진 그놈은 애니, 술, 축구 등 모든 취향에서 나랑 비슷해
6개월만에
인생에서 둘도 없는 각별한 친구로 자리잡은 놈이다.
어쨌든 그 때 본 신카이의 애니는 상당히 언발란스한
매력을 풍겼다.
사실적이면서도 애니적인 그림체.
아기자기 하진 않지만 적당히 귀여운 캐릭터.
혼자 모든
작업을 처리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섬세한 배경처리와 역동적인 움직임.
그리고 서정성에 메카닉을 절묘하게 녹여 놓은 그
느낌~!!
참~!!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끝내주는건 날카로운 통찰력과 흡입력을 지닌 나래이션.
그러한 것들이 신카이의
애니가 가지는 매력이 아닐까 한다.
그런 점에서 볼때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이전에 본 다른 두 작품
(아직 초속 5cm, 먼세계, 둘러싸인 세계는 보지 못했지만...)
과는 다른 요소들이 섞여 들어 있는 것
같다.
우선 나래이션의 주인공인 고양이 쵸비~!
캐릭터 상품에 더 어울일 것만 같은
쵸비의 모습은 너무 귀여워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지만
다른 신카이의 작품에서는 보지 못했던 캐릭이라 다소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작품에서 (총 시간이 5분에 조금 못미친다.) 평범한 고양이가 나왔으면 그닥 관심을
가지지
않을뻔도 했다.
또 하나의 다른 점은 뭐...작품 성격이 전혀 다르긴 하지만 메카닉이
안나온다는거???
뭐... 이건 그냥 넘어 가야겠다.
어쨌든 정신없이 스토리를 쫒아서 보다보면 정신없이
언제 시작됐는지도 모르게 마지막 나래이션이 시작된다.
눈의 내음을 몸에 걸친 그녀와
그녀의 가늘고 차가운
손가락과
아득한 하늘의 검은 구름이 흐르는 소리와
그녀의 마음과 나의 기분과 우리들의
집
눈은 모든 소리를 들이마시지만
그래도 그녀가 탄 전차의 소리만은
막 일어난
내 귀에 들린다
나도,
그리고 아마 그녀도,
이
세계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전혀 아무런 상관없는 단어들의 조합으로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을 자아내게 하는 그의 나래이션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의 애니들을 소장하고 싶게 만든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아직도 보지못한 그의 작품이 3편이나 더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이번 주말에는 우리 땡이에게 쵸비를 소개시켜 줘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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彼女と彼女の猫 -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봄이 시작되고 있었고, 그 날은 비가 왔다.
Sec.1
[Introduction]
그래서 그녀의 머리카락도 내 몸도 꽤 젖었고
주변은 비의 아주 좋은
냄새로 가득찼다.
지구는 소리도 없이 돌고, 그녀와 나의 체온은
그 속에서 조용히 계속 낮아지고
있었다.
'지금 집에 없습니다, 용건을 남겨주세요'
그날, 그녀는 나를
주웠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고양이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Their
Standing Points
Sec.2 [그녀의 일상]
그녀는 부모님처럼 다정했고 연인처럼
아름다웠다.
그래서 난 금방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녀는 혼자 살고, 매일 아침 일하러
나간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라.
관심도 없어.
그렇지만 난 아침에 방을 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아주 좋다.
제대로 묶은 긴 머리
옅은 화장과 향수 내음
그녀는 내
머리에 손을 얹고
'갔다올게'
하고 말하고는
등을 곧게 펴고 기분
좋은 구둣소리를 울리며
무거운 철제 문을 연다.
비에 젖은 아침 풀숲과 같은 내음이 잠시동안
남는다.
Sec.3 [그의 일상]
여름이 오고, 나에게도 여자친구가
생겼다.
새끼 고양이 미미다.
미미는 작고 귀엽고, 애교도 잘 부리지만, 그래도 나는
역시
나의 그녀 같은 어른스런 여자가 좋다.
'저기,
쵸비'
'응,
미미?'
'결혼하자.'
'저기, 미미. 몇번이나 말했지만 내겐
어른인 애인이 있어.'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야'
'만나게
해줘'
'안돼'
'어째서?'
'저기,
미미. 몇번이나 말했지만 이런 이야기는 네가 어른이 돼서..'
어쩌고 저쩌고. 이런 이야기가
계속된다.
'또 놀러와'
'꼭
와'
'진짜 와야 해'
'진짜, 진짜로
와'
이런 식으로 내 첫 여름은 끝나고
점점 시원한 바람이 불게 되고...
Sec.4
[그녀의 외로움]
그러던 어느 날
길고 긴 통화 후,
그녀가
울었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나와 아주 긴 시간을 울었다.
잘못한 건 그녀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
나는 늘 보고있다.
그녀는 언제나 누구보다도 착하고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누구보다도 현명하게 살아간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누군가,
누군가
도와줘...
Sec.5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끝도 없는 어둠 속을
우리를 실은 이
세상은 계속 돌아가고 있다.
계절은 바뀌어, 지금은 겨울이다.
내게는 처음 보는 눈 내리는
모습도
훨씬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기분이 든다.
겨울의 아침은 늦기 때문에, 그녀가 집을 나서는
시간이 되어도
아직 바깥은 어둡다.
두툼한 코트를 둘러 입은 그녀는
마치 커다란
고양이 같다.
눈의 내음을 몸에 걸친 그녀와
그녀의 가늘고 차가운 손가락과
아득한
하늘의 검은 구름이 흐르는 소리와
그녀의 마음과 나의 기분과 우리들의 집
눈은 모든 소리를
들이마시지만
그래도 그녀가 탄 전차의 소리만은
막 일어난 내 귀에
들린다
나도,
그리고 아마 그녀도,
이
세계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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