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6일 화요일

[체험! 스포츠현장] '얼짱' 스포츠아나 김석류 따라잡기

 

'여신'이라는 별명을 말하자 "절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친다. KBS N SPORTS의 김석류 아나운서. 언제부터인가 야구중계의 빼놓을 수 없는 일부로 자리잡은 미녀 아나운서. 김 아나운서는 요즘 선수보다 더 인기있다는 야구중계 여자 아나운서 중에서도 선두주자다. 그녀가 실제로 경기장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그리고 그 인기의 비결이 뭔지 14일 잠실 LG-SK전에서 동행취재를 했다.

 

김재박 감독님, 오늘 승리 원동력은? 스포츠 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KBS N SPORTS의 김석류 아나운서가 14일 잠실 LG-SK전 종료 후 승리팀 감독인 LG 김재박 감독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찬일 기자 hongil@sportschosun.com>

 

▶P.M 2:00 잠실구장 도착

일반 야구기자처럼 김석류 아나운서도 경기 시작 3시간 전에는 야구장에 도착한다. 경기 중계 뒤 방송되는 '미니인터뷰' 녹화를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하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주말경기인 만큼 김 아나운서는 오후 2시경 잠실구장에 도착했다.

이만수 코치님 사전 취재.

그런데 처음부터 돌발상황. 오늘은 '미니인터뷰'가 없단다. 김 아나운서가 시청자와 만나는 주요수단인 미니인터뷰부터 취재하려고 했는데 계획 자체가 없다는 말에 망연자실. 이유를 들어보니 이해가 간다. 최근 LG 성적이 곤두박질치자 경기 전 훈련 때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구단측에서 인터뷰를 정중히 사절했다는 것. 팀이 연패에 빠지거나 선수 개인의 성적이 떨어질 경우 경기전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김 아나운서는 "사실 미니인터뷰가 있으면 정신없다. 보통 아나운서는 작가가 준비해준 질문지를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하지만 우리는 작가가 없기 때문에 내가 직접 모든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야구는 기록경기이고 시청자들의 수준도 굉장히 높기 때문에 조그만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만큼 자료도 철저히 조사하고 인터뷰 전에는 PD와 질문을 구체적으로 선정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최근 성적과 컨디션을 설명하는데 전문가 뺨치는 수준이다. 김 아나운서는 "그래도 다행히 아직까지 '기본도 안 됐다'라는 평가는 안 들었다"며 밝게 웃었다. 코디도 없어 화장과 옷을 스스로 준비한다는 말에 또 한번 놀랐다. 스포츠팬들 사이에 '여신'이라고 불리는 이미지가 모두 자신의 노력 덕분인 셈이다.

 

▶P.M 3:00 이용철 해설위원과 덕아웃으로

미니인터뷰가 없는 대신 김 아나운서는 이용철 해설위원과 모처럼 덕아웃을 방문했다. LG 김재박 감독이 반갑게 맞이했다. 김 감독은 전날(13일) SK전에서 승리를 거둔 덕분인지 기분좋게 현재 LG 선수들의 컨디션에 대해 설명해줬다. 작은 부분이지만 이런 설명들이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 등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암기한다. '모처럼'이라는 말처럼 평소 김 아나운서는 미니인터뷰가 없으면 덕아웃에 가는 것을 자제하는 편이다. 신입 시절에는 스스럼없이 덕아웃에 가서 선수들과 농담도 주고받았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조심'하게 됐다. "아무래도 남자 선수들 사이에 여자 아나운서가 들어가 있으면 눈에 띄나 봐요. 그동안 황당한 스캔들이 터진 적도 있고 아직까지 보수적인 구단에서 곱지 않은 눈으로 볼 때도 있죠. 경험이 쌓이다보니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편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어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더 재미있는 이유도 있다. "프로야구에는 유독 징크스가 많잖아요. 예를 들어 저는 두산에 안티팬이 많아요. 제가 미니인터뷰만 하면 그날 4타수 무안타니. (같은 방송국 동료 아나운서인)송지선 언니가 두산 승리의 여신으로 불리는 것과는 반대죠. 행여나 내가 선수들이랑 이야기했다가 그 선수가 그날 부진하면 징크스로 발전할 지도 모르지 않겠어요"라며 웃기도 했다.

 

▶P.M 5:00 경기 시작과 동시에 기록 시작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친 후 오후 5시부터 경기가 시작되자 김 아나운서는 노트북과 몇개의 공책을 꺼내 펼쳤다. 슬쩍 보니 경기 자료가 빽빽하게 기록돼 있다. 직접 경기기록을 하는지 묻자 당연하다는 눈빛으로 "경기후 감독, 수훈선수 인터뷰 질문도 직접 다 만듭니다. 기록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정식기록지에 기록을 했지만 이제는 공책에 각 선수별로 타석 결과만 적고 상황별 특이사항을 덧붙이죠. 이러는 편이 나중에 인터뷰할 때 한눈에 자료가 들어와서 더 편해요"라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양해를 구하고 공책을 자세히 보니 메모지를 덧붙이거나 색깔별 필기도구를 이용해 자료를 정리한 부분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느껴졌다. 게다가 자신이 이미 인터뷰한 적이 있는 선수의 경우 질문지도 함께 있어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않도록 준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5회 종료, 질문지 만들기 시작

◇ 기록 정리와 공부는 기본.

5회가 종료되면 경기 후 인터뷰 질문지를 만들기 시작한단다. 그런데 이번 경기는 좀 곤란하다. LG와 SK가 3-3으로 팽팽한 경기를 펼치고 있기 때문. 양팀 다 막판 뒷심이 있는 팀이라 인터뷰 대상을 미리 정할 수가 없다. 김 아나운서는 "LG 심수창 선수가 앞선 2경기에 부진했는데 오늘 잘 던지고 있네요. LG가 이기면 심수창 선수가 수훈선수가 될 것 같아요"라며 일단 질문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경기 막판에 결과가 뒤집힐 경우가 가장 곤란해요. 특히 대타로 나와 끝내기 결승타를 친 선수와 인터뷰를 하게 되면 준비할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만약 심수창이 수훈선수가 돼도 걱정이 된다. 이미 올해 한번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질문내용을 생각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여유가 있어 보였는데 기록을 살펴보며 질문을 써내려가는 모습에서 갑자기 엄청난 집중력이 느껴졌다.

 

▶7회 시작 중계차에서 PD와 인터뷰 관련 상의

7회가 시작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질문지를 들고 구장 밖 중계차로 향했다. "잠실구장은 중계차가 1루측 외야쪽에 주차돼 있어 상당히 멀어요. 대전구장은 바로 앞이라 편하지만 잠실이나 사직구장은 멀어 중계차에 다녀오는 사이 경기 양상이 뒤집히기도 하죠"라고 설명한 김 아나운서는 중계차에서 PD에게 질문 내용을 보고하며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지시를 받았다.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LG가 7회말 상대실책을 틈 타 1점을 뽑으며 역전을 한 것. 중계차 내의 화면으로 득점 장면을 본 김 아나운서는 "혹시나 했던 일이 벌어졌어요"라며 중계차에서 구장으로 뛰어갔다. 하이힐을 신은 채로 전력질주다. 자리에 앉자마자 중계화면의 리플레이를 보며 상황을 다시 정리했고 최종질문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8회 히어로 심수창 확정. 9회 시작 직후 덕아웃쪽으로 내려가

8회말 LG가 페타지니의 홈런으로 1점을 더 보태며 승부가 기울었다. 그제야 김 아나운서도 "심수창 선수로 확정되겠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9회가 되자 지금까지 준비한 공책과 질문지를 들고 LG 덕아웃 뒤쪽으로 내려갔다. 다시 공책을 펴서 자료를 면밀히 재검토했다. 거울을 보고 화장을 고치고 머리나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날 김 아나운서의 표정이 가장 긴장돼 보이는 순간이었다. 결국 5대3으로 LG가 승리, 경기 후 김재박 감독과 심수창의 인터뷰를 마친 후에야 얼굴이 편안해졌다.

 

▶구장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 귀가 후에도 이어지는 공부.

김 아나운서는 프로야구 선수나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전, 대구, 광주는 자주 찾아가지 못해서인지 팬들이 경기장 밖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잠실구장은 그렇지 않죠"라며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경기장을 나서기 무섭게 한 남성팬이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케이크를 건넨다. 대학교 4학년이라는 김원섭씨는 관중인터뷰로 김 아나운서와 처음 만난 뒤 열혈팬이 됐다고 한다. 팬과의 만남 후 집으로 들어간다고 모든 일정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좀 더 좋은 인터뷰를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김 아나운서는 "노트북에 자료를 정리하고 신문 기사를 각 구단별로 따로 스크랩 하죠. 식상한 인터뷰를 막기 위해 일본 야구 기사나 인터뷰 등을 찾아서 연구하기도 해요"라며 마무리 일정을 소개했다. "일정이 빡빡한데다 생활패턴 자체가 일반인들과 달라 애인은 커녕 친구 만날 시간조차 없어요"라고 아쉬워하면서도 "지금 이 일이 너무 좋아요"라며 웃는 김 아나운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포츠 프로그램을 목표로 한발씩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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