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건강찾기]<1>비만
《대
다수의 직장인이 하루의 절반 이상을 직장에서 보낸다. 당연히 직장에서의 행복은 개인의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동시에 직장에서의 생활습관은 개인의 건강과 직결된다. 가령 잘못된 회식문화는 틀림없이 비만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동아일보와
서울아산병원은 직장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질병을 선정하여 실제 사례를 통해 그 원인과 해법을 찾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제 약회사 영업부에 근무하는 정세현(31·인천 남동구 만수동) 씨는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숨이 가쁘다. 비만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65kg이었는데…. 5년 전 입사 시에는 80kg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93.3kg이다.
정 씨의 새해 계획은 살 빼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비만한지를 알아야 한다.
9 일 정 씨는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비만과 관련된 검사를 받았다. 기초체력과 체성분 검사, 근력과 운동부하검사, 내장형비만 여부를 알기 위한 복부컴퓨터단층촬영(FAT-CT)검사, 식습관을 알기 위한 영양상담을 2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CT검사로 복부-내장형비만 여부 알 수 있어
이틀 뒤인 11일 정 씨는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를 만났다. 진 교수가 먼저 검사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CT 검사 결과 복부비만과 내장형비만이 혼합된 복합비만으로 나타났습니다. 체지방량이 28.6kg으로 정상치보다 17kg이 초과된 상태입니다. 또 몸은 큰 반면 상체 근력이 많이 약합니다. 평소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한 게 그 때문이죠.”(진 교수)
“….”(정 씨)
“평소 운동은 하시나요?”(진 교수)
“회사 체육대회 때 달리기 하는 것과 부서 산행이 전부입니다.”(정 씨)
“회식은 많나요?”(진 교수)
“영업부서 특성상 술 접대가 잦고 회식이 많아요. 1주일에 2, 3회는 술을 먹는 것 같아요.”(정 씨)
정 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술과 회식을 자주 하고 운동을 거의 안 해 비만이 악화된 것으로 진단됐다. 정 씨의 평소 식습관도 또 다른 원인.
“쉬는 날에도 식사 중간에 간식을 자주 먹고 푸짐한 외식을 즐기는 편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주스에 사탕 2, 3개를 녹여 먹습니다.”(정 씨)
평소 정 씨는 영업 업무 때문에 많이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래서 자신은 운동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진 교수의 설명은 달랐다.
“살을 빼려면 최대 심박수에서 20분 이상 지속적인 운동을 해야 효과가 있어요. 평소 걷기나 계단 오르기를 자주 해도 한 번에 20분 이상 지속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지방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거죠.”
○운동 시작 후 혈압 높아지면 심장 진단을
정 씨는 30대 초반인데도 비만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었다.
운 동부하검사에서 고혈압 증세가 보였다. 운동 전 혈압은 133/94mmHg로 이미 높은 편.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자 혈압이 182/110mmHg까지 높아졌다. 보통 이완기(최저)혈압은 운동을 시작하면 평균치를 유지하거나 떨어지는 게 정상. 그런데 정 씨는 이완기혈압까지 올라간 것. 진 교수는 정 씨에게 심장내과 정밀 진단을 권했다.
정 씨는 이번 검사에서 내장형비만으로 판정됐다. 보통 내장형비만의 경우 지방간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 소화기내과에서 정밀검사를 받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문제가 심각한 줄은 몰랐어요.”(정 씨)
“유산소운동을 해야 합니다.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 헬스클럽에 다니는 겁니다. 업무 특성상 저녁시간대는 어려울 테니 새벽에 직장 근처에 있는 헬스클럽에 다니세요.”(진 교수)
“힘들겠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정 씨)
30분간의 진료는 운동처방과 함께 끝났다. 정 씨는 3개월 후 다시 진 교수를 찾아 중간점검을 하기로 했다. 정 씨는 그때까지 수십 kg을 빼겠다는 욕심은 없다. 살 빼기는 언제나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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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전문가 진단▼
체중을 줄이는 대표적인 방법은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누구나 체지방과 체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어 떤 사람은 완전 단식이나 초저열량 식이요법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이뇨작용과 전해질 배설작용을 일으킬 뿐이다. 오히려 체내 대사율을 떨어뜨려 나중에는 다이어트 효과가 거의 없게 돼 조금만 먹어도 급격하게 살이 찌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심장 기능이 떨어지고 빈혈, 뼈엉성증(골다공증), 근육위축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의 몸은 크게 지방과 지방을 제외한 ‘제지방’으로 볼 수 있다. 제지방에는 근육과 뼈, 뇌, 장기 등 모든 부분이 포함되며 대부분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보 통 체중이 감소하면 지방과 제지방 모두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살이 다시 찔 때는 거의 대부분 지방만 증가한다. 제지방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체중 감량과 요요현상이 3, 4회 반복되면 몸 안에 있던 제지방의 상당수가 지방으로 바뀌게 된다. 반복적인 다이어트 실패가 좋지 않은 이유다.
요즘 복부비만이 늘면서 뱃살만 빼는 방법을 묻는 환자가 많아졌다. 어떤 환자는 “매회 5분씩, 하루에 5회 윗몸일으키기를 하는데 뱃살이 안 빠진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운동은 신체 일부분의 지방만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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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 라서 꾸준하게 운동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최소한 20분 이상 하되 강도를 지나치게 강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게 하면 탄수화물 소모량이 많아져서 운동 후에 배고픔을 느끼고 결국 음식을 찾음으로써 체중조절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낮은 강도로 장시간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직장생활을 하면서 생기기 쉬운 질병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경험담, 참여를 기다립니다. health@donga.com으로 보내주십시오. 다음 순서는 ‘어깨통증’입니다.
[일터에서 건강찾기]<2> 목-어깨통증
○ 목 척추 이상 땐 어깨까지 통증
서울시내 전화국에서 18년째 교환원 일을 하고 있는 김경미(39·여·서울 강동구 고덕동) 씨. 하루에 처리하는 민원전화만 600여 건. 근무하는 8시간 동안 내내 전화기, 컴퓨터 키보드와 싸움해야 한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 많은 직장인이 어깨와 목의 통증을 호소한다. 김 씨 또한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는 2시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목과 어깨가 뻣뻣해져 주무르지 않으면 일을 못할 정도다.
김 씨는 13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문진(問診) 및 목 척추 X선 촬영검사를 받았다. 이어 17일 정형외과 이동호 교수를 만났다.
“ 목 척추 5, 6번 사이 디스크가 눌려 있어요. 또 목 척추 뼈가 C자형에서 거의 일자형으로 바뀌었습니다. 일종의 목 디스크 초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퇴행성인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잘못된 자세가 더 큰 원인입니다.”(이 교수)
“어깨도 많이 아픈데….” (김 씨)
“어깨의 특정 부위가 아프신가요?”(이 교수)
“어디를 콕 찍을 수는 없는데 전반적으로 꽉 뭉쳐있는 느낌입니다.”(김 씨)
이 교수에 따르면 목과 어깨의 통증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어깨근육이 뭉쳤다고 부르는 ‘근막동통증후군’은 특정 부위를 중심으로 통증이 확산된다. 그러나 목 척추의 이상에서 비롯된 통증은 김 씨처럼 전체적으로 아픈 느낌이 강하다. 목 척추 뒤쪽의 근육이 긴장해 근막동통증후군과 같은 특성을 보이는 것이다.
“디스크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까?”(김 씨)
“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겠죠. 무조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마사지나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게 좋습니다. 목을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사라지는 것이나 주물러 줄 때 아프지 않은 것도 모두 마사지 효과죠.”(이 교수)
김 씨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김 씨는 이어 조용히 말을 꺼냈다. “조금 아프다고만 생각했는데 목 디스크 초기라는 말에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네요.”
○ 스트레칭 효과 없으면 MRI촬영을
김 씨는 2주간의 물리치료와 소염진통제 처방을 받았다. 또 정확하게 스트레칭을 하는 방법을 30여분에 걸쳐 배웠다. 이 교수는 2주 동안 처방대로 해 보고 그 후에도 통증이 심하면 다시 자기공명영상(MRI)촬영을 해 볼 것을 권했다. 목 디스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다.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령 의자에 앉을 때도 깊이 앉되 무릎의 높이가 엉덩이보다 높으면 목이 앞쪽으로 숙여지지 않아요. 발 아래에 높은 디딤돌을 하나 두는 것도 방법이죠. 또 하나, 귀와 어깨 사이에 전화기를 끼우고 통화하는 습관은 아주 안 좋습니다.”(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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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전문가 진단▼
최근 목과 어깨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연령에서 증가세가 가파르다. 그 원인이 바로 컴퓨터다.
사 람의 목은 7개의 척추 뼈로 이뤄져 있다. 직립생활을 하는 탓에 이 뼈는 앞으로 볼록한 ‘완만한 C자’ 형태의 곡선을 하고 있다. C자의 위쪽 끝에 머리의 중심이 올 때 목뼈와 디스크, 관절, 근육, 인대 등이 모두 편안한 상태가 된다.
그 러나 모니터를 오래 보다 보면 고개가 앞으로 숙여져 C자의 곡선이 일자로 펴지거나 뒤쪽으로 볼록하게 변해 버린다. 당연히 목 디스크, 관절, 근육 및 인대에 부담이 커지고 뒷목에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통증은 이어 뒷머리, 양쪽 어깨, 등 쪽으로도 뻗칠 수 있어 어떤 환자들은 원인이 목에 있는데도 등과 어깨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잘못된 자세로 인한 목과 어깨의 통증은 자세를 제대로 고치고 스트레칭을 자주 해 주면 증세가 좋아지며 예방 효과도 있다.
책 상의 높이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모니터를 눈높이에 맞추면 오래 일을 해도 고개가 앞으로 숙여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30분마다 반드시 잠깐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그때는 스트레칭을 꼭 해 줄 것. 다만 이때 목에서 뚝뚝 소리가 날 정도로 비트는 동작은 시원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나중에 목 디스크와 관절의 노화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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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목의 통증이 너무 심하거나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통증을 유발하는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동호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직장생활을 하면서 생기기 쉬운 병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경험담, 참여를 기다립니다. health@donga.com으로 보내주십시오. 다음 순서는 ‘간 건강’입니다.
[일터에서 건강찾기]<3>지방간
![]() 지방간을 없애기 위해서는 비만부터 고쳐야 한다. 박광성 씨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집 근처 공원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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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채권관리팀에서 근무하는 박광성(34·서울 강동구 고덕동) 씨는 지난해 초 통풍 진단을 받았다. 혈액검사에서는 지방간이 생긴 것으로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당 시 박 씨는 1주일에 2, 3회 술을 마셨다. 또 키 170cm에 몸무게가 78kg으로 비만 상태였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치(dL당 200mg)를 넘어선 228mg을 기록했다. 의사는 술과 비만을 지방간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박 씨는 그 후 술을 끊었다. 그 덕분에 통풍 증상은 거의 사라졌다. 당연히 지방간도 없어졌을 것이라고 믿었다.
지난달 4일 박 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혈액 및 간 초음파 검사를 했다. 이어 25일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를 만났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높아졌어요. 251mg이 나왔습니다. 초음파 사진에서 간에 낀 지방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중등 이상의 지방간이에요.”(임 교수)
“술을 끊은 지 꽤 됐는데….”(박 씨)
“1년 가까이 금주를 했는데도 지방간 상태가 좋아지지 않은 걸 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입니다. 원인이 다른 데 있다는 거죠.”(임 교수)
일반적으로 지방간의 원인은 술과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다. 박 씨의 경우 당뇨병 징후는 없다. 결국 비만 때문에 지방간이 생긴 것이라는 게 임 교수의 진단이었다.
“체중이 78kg으로 변화가 전혀 없네요. 71kg까지 줄여야 합니다. 일주일에 0.5∼1kg씩 천천히 감량하세요.”(임 교수)
“약국에서 파는 간장약을 먹으면 도움이 될까요.”(박 씨)
“그런 약들이 지방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어요. 약이나 민간요법에 기대지 말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또 채소와 곡물류를 많이 드세요.”(임 교수)
○ 간염 진행 막으려면 예방접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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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이제부터 승용차 대신 지하철을 이용하리라고 다짐했다. 또 평소 운동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틈틈이 회사나 집 주변을 뛰는 등 활동량을 늘리기로 했다. 최근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였다.
“혹시 지방간이 심해지면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나요.”(박 씨)
“현재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지방간의 축적 정도를 정확하게 알려면 정밀 조직검사를 해야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요.”(임 교수)
임 교수는 지방간이 간염이나 간경화로 악화됐는지를 알 수 있는 감별법을 소개했다. 증상이 악화되면 상당수가 가슴에 거미줄처럼 가늘고 빨간 혈관이 돋거나 손바닥에 붉은색 반점이 도드라진다.
“병을 막으려면 B형간염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지난해 지방간 진단이 나올 때 간염 예방접종을 권했는데 아직도 안 하셨네요.”(임 교수)
“당장 접종하겠습니다.”(박 씨)
박 씨는 3개월 후 다시 점검하기로 하고 30분간의 상담을 끝냈다. 진료실을 나온 뒤 박 씨는 바로 B형간염 1차 예방접종을 했다. 2월 중순 2차, 7월 3차 접종을 추가로 해야 한다.
“그동안 별로 걱정하지 않았죠. 이제 심각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간은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접종부터 시작해야죠.”(박 씨)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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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 지방이 있다고 모두 지방간은 아니다. 정상 간의 5%는 지방이 차지한다. 그 이상 지방이 축적될 때 지방간이라 부르는 것이다. 지방간은 초음파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이 고르게 붙어 있지 않을 경우 종양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지방간은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나타나는 성인병 중 하나다. 가장 흔한 원인은 과음과 비만. 애주가의 절반 이상이 지방간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매일 20∼40g(소주 반 병)의 알코올을 며칠만 마셔도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장기간 음주를 계속하면 지방간은 더욱 악화돼 심하면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금주하면 정상 간으로 회복될 확률이 크다.
살이 찌면 간으로 지방이 유입돼 지방간이 생긴다. 혈관에는 콜레스테롤이 달라붙어 동맥경화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비만 환자는 지방간 외에 혈당까지 높아진다. 당뇨병 환자의 45%는 지방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간은 증세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고작해야 오른쪽 가슴 밑에 뭔가 매달려 있다거나 갑갑한 듯한 불쾌감이 전부다. 그래서 지방간 발생은 예방이 중요하다. 원인을 찾아 제거하면 증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술이 원인이라면 백약이 무효다. 술을 끊어야 한다. 술을 끊으면 우선 부은 간이 가라앉는다.
3∼6주면 완전히 정상 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비만이 원인이라면 음식을 덜 먹고 체중을 줄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조깅이나 등산, 수영 등이 도움이 된다.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 치료에 우선 주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간은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생기기 쉬운 병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경험담, 참여를 기다립니다. health@donga.com으로 보내주십시오. 다음 순서는 ‘눈 건강’입니다
[일터에서 건강찾기]<4>안구건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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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의류회사 디자이너인 박주영(35·여·서울 성북구 길음동) 씨는 하루 12시간 이상 컴퓨터 모니터를 본다. 과거 수작업이었던 디자인을 요즘에는 컴퓨터로 하기 때문.
박 씨는 몇 주 전부터 점심시간을 넘기면 눈이 따갑고 뻑뻑해지는 것을 느꼈다. 눈이 충혈되는 횟수도 부쩍 늘었다. 집중력도 떨어졌다.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설치했지만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박 씨는 3일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각막 등 안구 표면의 이상 유무와 눈물샘 분비량을 측정하는 검사를 받았다. 이어 7일 안과 김명준 교수를 만났다.
“5분간 눈물 분비량을 검사하여 리트머스지에 5mm 이하로 측정되면 안구건조증인데 10mm 이상 분비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일단 눈물은 제대로 분비된다는 거죠. 그래도 안구건조증이 맞습니다.”(김 교수)
“눈물이 제대로 나오는데 왜…?”(박 씨)
“최근 안구건조증 환자를 보면 70% 이상이 눈물 분비는 정상인데 빨리, 그리고 많이 증발해버리는 게 원인입니다. 바로 그런 경우죠.”(김 교수)
김 교수는 최근 들어 박 씨처럼 눈물이 과도하게 증발하는 바람에 안구건조증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중 70∼90%는 속눈썹 안쪽 눈물을 분비하는 곳에 염증이 생긴 ‘안검염’을 동반하고 있다.
“ 안검염 때문에 눈물이 더 빨리 마르죠. 그래서 안구건조증이 없던 사람도 갑자기 눈이 빡빡하고 아픈 증상이 나타나는 겁니다.”(김 교수) “10년 동안 렌즈를 착용했는데, 그게 원인이 되나요?”(박 씨) “당연히 원인이 됩니다. 아무리 좋은 렌즈라 해도 눈에는 이물질입니다. 이물질이 있으면 안검염이 더디 나을 테고 안검염이 낫지 않으면 안구건조증도 낫지 않거든요.”(김 교수)
○ 눈물분비샘 면봉으로 자주 닦으면 예방 효과
눈물층은 안쪽에서부터 점액층과 수성층, 지방층 등 3층 구조로 돼 있다. 안검염이 생기면 눈물 분비샘이 막히거나 맨 바깥쪽 지방층을 엷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안검염을 고쳐야 지금의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치료가 가능한가요?”(박 씨)
“당분간 렌즈 착용을 피하고 인공 눈물을 넣어 주세요. 그러나 이렇게 해도 근본적인 치료는 안 됩니다. 눈물 분비샘을 자주 청소해야 합니다. 약 2주면 증상이 거의 사라질 거예요.”(김 교수)
“그런데 면봉으로 눈꺼풀 주변을 청소한다는 게 겁이 나서….”(박 씨)
“많은 사람이 그런 이유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죠. 면봉 쓰기가 겁나면 세수하면서 손가락으로 씻어 주세요. 마치 머리를 감듯이 속눈썹을 씻는 거죠.”(김 교수)
김 교수는 따뜻한 수건으로 눈 주변을 찜질하거나 마사지를 하는 것도 안구건조증과 안검염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평소 컴퓨터 모니터를 많이 보면 눈을 덜 깜빡이게 되죠. 눈을 자주 깜빡여야 눈물이 많이 분비되고 이물질이 나갑니다. 눈을 자주 깜빡이세요.”(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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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전문가 진단 ▼
눈물은 안구 표면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안구 표면에서 여러 자극을 받으면 중추신경에서 이 신호가 통합된다. 이어 신경계는 눈물샘으로 하여금 눈물을 분비하도록 지시한다.
그 러나 눈물이 덜 분비되거나 많이 증발해 버릴 때도 있다. 이때는 눈에 이물감이나 통증이 느껴지고 빛에 민감해지며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안구건조증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무실을 둘러보면 안구건조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많다. 건조한 실내 공기나 컴퓨터 모니터가 대표적이다. 사무실 공기는 종이로부터 발생하는 먼지와 복사기 토너 등으로 오염되기 쉽다. 자주 환기를 하자. 또 난방 등으로 인해 건조해지지 않도록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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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렌즈를 사용할 경우 안구건조증이 심해질 수 있다. 또 눈 주변에 화장품을 잘못 사용하면 속눈썹 부근에 있는 기름샘이 막혀 안구건조증이 악화되기도 한다.
김명준 서울아산병원 안과
[일터에서 건강찾기]<5>직무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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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중감소 등 신체증상 나타나면 위험
고 씨는 회사에 배신감을 느꼈다. 담배를 피우며 애써 태연하려 했고 술로 위안을 삼았다. 3일 정도 지나자 우울한 기분은 많이 가신 듯했다. 고 씨는 스트레스를 더 받지 않으려고 “다시 시작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했다. 정말 좋아진 것일까. 15일 고 씨는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를 찾았다.
먼저 직무스트레스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지부터 작성했다.
“34점이 나왔네요. 이 정도면 직무스트레스가 아주 심하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홍 교수)
“조기축구회 또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합니다. 또 청소년을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요. 스트레스를 받아도 화를 안 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고 씨)
“지금은 괜찮지만 직무스트레스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홍 교수)
“별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인데….”(고 씨)
많은 사람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몸은 안다. 그럴 때면 각종 신체 증상이 나타나거나 습관이 바뀌기 때문이다.
고 씨의 경우 특진에서 누락된 이후 흡연량이 1갑에서 1갑 반으로 늘었고 술자리도 많아졌다. 커피도 하루에 7잔 이상을 마셨다. 또 좀처럼 몸무게의 변동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3kg이 불었으며 소화불량이 극심해졌다. 결국 고 씨는 스트레스를 털어 내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고객과의 관계와 직장 내부의 관계 중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더 받으세요?”(홍 교수)
“8 대 2 정도로 고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런저런 요구들을 다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죠.”(고 씨)
“따지고 보면 고객의 요구도 회사에서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상사 또는 회사에서 그 요구를 수용하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잖아요. 그렇게 생각해 보진 않으셨나요?”(홍 교수)
고 씨는 상담 내용이 외부로 나가면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비칠까 조심하는 눈치였다.
○ 혼자 소리 지르기 등 감정 표현해야
홍 교수에 따르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상담 과정에서도 말을 조심한다. 직장을 비난했다가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고 씨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직장 안에서의 갈등을 인식하지도, 언급하지도 않으려 하는군요. 그러나 그렇게 하면 나중에 스트레스가 극도로 커질 수도 있습니다.”(홍 교수)
“…….”(고 씨)
“스트레스 받았을 때는 표현을 해 보세요. 화장실에 가서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을 마구 휘두르면 좀 나아지죠.”(홍 교수)
고 객을 상대하는 직종의 경우 겉은 웃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스마일우울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줄담배를 피우면 몸만 축날 뿐이다. 홍 교수는 화를 표출할 것을 권했다. 홍 교수는 또 ‘내 몸은 편안한 상태다’라며 자기암시를 주는 ‘이완 훈련’을 틈나는 대로 10∼30초 정도 할 것을 추가로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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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전문가 진단… 긍정적 사고가 도움
미 국 국립보건원(NIH)의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70%가 스트레스성 정신·신체증상을 경험하고 있다. 또 50%는 자신이 직장에서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직무스트레스는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직장인들이 직무스트레스 정도를 알려면 먼저 자신의 정신, 신체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쉽게 피곤해지면 먼저 가벼운 우울증이나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 약 이런 정신과적 증상이 없이 갑자기 체력과 의욕이 떨어지면 생활방식을 돌아봐야 한다. 술 담배를 즐기고 대인관계가 예민한지, 과도하게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 보자. 이런 생활방식은 십중팔구 직무스트레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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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 무스트레스를 극복하려면 평소 사소한 일이라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부터 추진하는 게 좋다. 우울증이 있다면 자신과 세상,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더욱 스트레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성공에 대한 믿음을 갖자. 또 장기적으로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령 30대의 경우 불혹을 앞두고 삶의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어떤 이는 20대의 열정으로 살아가지만 어떤 이는 이제 아무것도 할 게 없다고 낙담한다. 어느 쪽을 따를 것인가는 전적으로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
[일터에서 건강찾기]<6>목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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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흠흠’하며 헛기침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주 심하지는 않지만 목에 통증도 생겼다.
월요일에는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아이들과 씨름하다 보면 목요일 또는 금요일에는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진다.
가끔 감기에 걸릴 때도 꼭 목감기만 걸린다.》
○ 술-커피 등 탈수 유발 음식 피해야
김 씨는 “나도 젊었을 때는 목소리가 괜찮았는데 너무 많이 써서 지금은 다 망가졌다”고 한탄하는 선배 교사들을 많이 봐 왔다. 김 씨도 어느덧 13년차 교사다. 이제는 선배들의 ‘넋두리’가 남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 김 씨 역시 초년 교사 시절보다 지금의 목소리가 더 쉰 듯한 느낌이 든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던 김 씨는 21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남순열 교수를 찾았다.
남 교수는 김 씨의 목 주변을 먼저 살폈다. 갑상샘(갑상선)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피기 위해서다. 때로 갑상샘 이상으로 목에 통증이 생기고 목소리가 상하기도 한다. 다행히 김 씨는 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어 후두내시경 검사를 실시했다.
“많은 교사가 성대 결절이나 폴립으로 병원을 찾죠. 아직 그 정도로 악화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일반인보다 성대가 부어 있고 성대 뒤쪽으로 위산 역류로 인한 후두염 증상이 보이네요.”(남 교수)
목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사람의 상당수가 김 씨처럼 위산 역류로 인한 후두염 증상을 함께 보인다. 식도까지 역류한 위산이 성대에 자극을 주는 것. 이 경우 특히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목에 이물감이나 통증이 더 많이 느껴진다.
“심한 편인가요?”(김 씨)
“아직까지는 ‘주의’ 단계입니다. 관리를 비교적 잘 했어요. 어떻게 목을 관리했죠?”(남 교수)
“사석에서는 말을 아껴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말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그 대신 다른 곳에서는 말을 안 하는 거죠.”(김 씨)
김 씨의 대처법이 틀린 것은 아니다. 목소리 보호를 위해서는 가급적 말을 아끼는 게 최선의 방법. 그러나 평소에 무엇을 자주 먹는가도 중요하다.
“평소 식습관을 알아볼까요? 물을 많이 드시는 편인가요?”(남 교수)
“물은 잘 안 먹는 편이고요. 그 대신 귤이나 녹차를 많이 먹어요. 목을 생각해서 커피는 잘 안 마십니다.”(김 씨)
“그렇다면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탄산음료, 커피, 녹차나 귤 등 신 음식은 목에서 수분을 앗아가죠. 수업 중간에 물을 마셔 항상 수분을 보충해 주세요.”(남 교수)
○ 앉을 때 고개 약간 숙이는 게 좋아
평소 자세나 습관도 목 건강에는 매우 중요하다. 가령 김 씨는 대화를 할 때 상당히 높은 톤으로 말하고 있었다. 물론 김 씨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남 교수는 성대를 악기의 줄에 비유했다. 팽팽할수록 고음이 난다는 것. 성대를 느슨하게 해 줘야 부기도 가라앉고 결절이나 폴립도 생기지 않는다.
그 러기 위해서는 꼿꼿하게 목을 세워 말해서는 안 된다. 자신도 모르게 목에 힘을 주기 때문에 성대에 자극이 간다. 편안하게 한숨을 내쉬거나 하품을 하는 것처럼 말을 하라는 게 남 교수의 처방. 남 교수가 김 씨의 자세를 바로잡아 줬다.
“몸에서 힘을 빼고 편히 앉아 보세요. 다음에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턱을 살짝 내민 자세로 말을 해 보세요. 그렇게 하면 목소리의 톤이 내려갑니다. 자, 이제 소리를 ‘아∼’ 하고 내 보세요. 톤이 훨씬 낮아졌죠?”(남 교수)
30분에 걸친 상담은 끝났다. 그리고 김 씨가 배운 것은 ‘결국 평소 관리가 목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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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전문가 진단▼
코로 들어간 공기는 성대가 있는 후두를 거치고 난 뒤 기도→기관지→폐로 들어간다. 이어 공기는 숨을 내쉬면서 밖으로 나가는데 이때 성대를 진동시켜 소리를 만든다.
직 장 생활을 하면서 말을 많이 하거나 회식 때 무리하게 노래를 여러 곡 불렀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성대는 평소보다 진동을 많이 한다. 점막은 충혈 되고 부어오른다. 결국 성대가 손상되는 것. 목소리가 쉰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쉰 목소리는 하루 이틀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러나 비슷한 자극을 여러 번 반복하면 성대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
일단 목이 상하면 말을 아끼는 게 치료의 제1 원칙이다. 그리고 증상에 따라 약물을 사용하거나 수술을 결정하기도 한다.
목의 통증은 꼭 말을 많이 해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환절기에 감기에 걸려 목이 아픈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인두염과 편도염, 후두염 등도 목 통증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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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근에는 실내 생활을 많이 하는 직장인의 경우 사무실 환경 때문에 목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 때 두통과 전신무기력, 발진, 충혈 등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이를 통틀어 ‘빌딩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사무실 오염이 목 건강을 해친다는 얘기가 된다.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갖춰 놓고 생활하는 게 좋다. 온도는 22도, 습도는 50% 정도를 유지하도록 하자.
남순열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일터에서 건강찾기]<7>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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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민원 창구에서 일한 결과 만성변비를 얻었다. 요즘에는 점점 악화하는 느낌이다. 기껏 해야 일주일에 한두 번 변을 본다. 그것도 복부 팽만감을 느끼고 난 뒤 화장실에서 1시간 정도 힘을 줘야 겨우 ‘성공’한다.
유 씨는 지난달 23일 서울아산병원 배변장애클리닉을 찾았다. 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이유를 알기 위해 직장 내부를 보는 ‘배변조영술’ 검사를 받았다.
2일 유 씨는 검사 결과와 치료법을 듣기 위해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변정식 교수를 만났다.
“변비가 심한 편입니다. 변을 보려고 힘을 주면 장과 직장이 완만하게 이어져야 하는데요, 검사 사진을 보면 여러 군데에 각이 져 있어요. 전형적인 배출장애입니다.”(변 교수)
“변을 보려고 힘을 줘도 안 나오는 게 그 때문인가요?”(유 씨)
“일단 그렇게 보입니다. 쉽게 말해 항문에 힘을 안 주고 배에 힘을 주기 때문에 변이 더 안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변 교수)
변 교수는 변비의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검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괄약근 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변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아주 긴 것은 아닌지를 알아보는 검사다. 환자의 상당수가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변비에 걸린다는 게 변 교수의 설명이다.
“변비에 좋다는 약을 많이 써 봤어요. 그런 약들은 괜찮나요?”(유 씨)
“시중에서 파는 변비약은 대부분 장을 자극해 배변을 유도하는 원리죠. 단기간은 사용해도 큰 탈이 없습니다. 다만 오래 복용할 경우 설사나 변비 악화 등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죠.”(변 교수)
“식이섬유 제제나 음료는 어떤가요?”(유 씨)
변 교수는 변비약보다 식이섬유 제제를 더 권했다. 보통 변비약의 경우 2, 3일 복용하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다. 유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변비약이 장을 자극해도 별 소용이 없어지는 것.
반 면 식이섬유는 장을 자극하지 않는다. 식이섬유는 장에 들어가면 수분을 제공하고 부피가 커진다. 대장균의 먹이가 많아져 활동이 늘어난다. 변이 나올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다만 변비약을 먹으면 늦어도 1일 이전에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식이섬유는 2, 3일 먹어야 뒤늦게 효과가 나타난다. 식이섬유 분해 과정에서 가스가 생기는 것도 단점.
“변을 보고 싶은데 일 때문에 참죠. 그렇게 10분 정도 지나면 변을 보고 싶은 욕구가 사라져요. 나중에 변을 보려고 하면 안 나오거나 아주 적게 나오죠. 왜 그렇죠?”(유 씨)
“그 역시 배출장애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오래 앉아서 일을 하는 직장인에게서 그런 경우가 자주 나타나죠.”(변 교수)
변 교수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야채와 과일을 평소 많이 먹을 것을 권했다. 또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처방했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란 환자가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자신의 항문 근육의 수축을 직접 확인하도록 하는 방법. 쉽게 말해 ‘쾌변’을 위해 제대로 힘을 주는 훈련을 하는 것.
“매주 1회씩 7, 8회 치료를 받으면 70%는 변비 증상이 상당히 호전됩니다.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죠.”(변 교수)
유 씨는 진료 다음 날인 3일 오전 첫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받았다. 유 씨는 7주 후를 기대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전문가 진단▼
쾌변은 예로부터 쾌면, 쾌식과 더불어 건강장수의 핵심 요소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변비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간단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식사 습관이 불규칙해졌으며 스트레스가 늘었기 때문이다.
직장 내 지나친 경쟁 문화도 변비를 악화시키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변비는 당장 대장암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복부 불쾌감과 배변 괴로움으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정상적이라면 대장 운동은 잠자리에서 일어난 뒤 상승하고 식후에 더욱 활발해진다. 따라서 아침식사를 제대로 해야 대장 운동이 증가해 변을 보기가 쉬워진다. 가능하면 아침식사를 거르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 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즉시 화장실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계속 참다 보면 직장의 감각이 둔해진다. 변비를 고치려면 아침식사를 포함해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도록 한다. 특히 야채나 과일 등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도록 하자. 적절한 운동은 대장 운동을 활발히 할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으므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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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정식 서울아산병원 배변장애클리닉 교수
[일터에서 건강찾기]<8>야간근무자 불면증
![]() 1일 3교대 근무하는 김형우 씨가 전날 야근 후 오후 2시에 커튼을 치고 잠을 청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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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경비용역업체 안전요원으로 일하는 김형우(32·경기 구리시 인창동) 씨는 한창 일할 시간인 오후 2시 억지로 잠을 청한다.
오늘 밤도 꼬박 새워 일하려면 자둬야 한다는 강박감에 깬 채로 마냥 누워 있는 것.
‘1일 3교대’ 근무를 시작한 지 4년째.
매주 근무 시간이 달라지는 생활 탓에 불면증이 생겼고 최근엔 두통까지 심해지자 8일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주연호 교수를 찾았다.
전날도 제대로 잠을 못 자 두 눈엔 핏발이 서 있었다.》
○ 주야간 교대근무자 14%가 수면장애
“야간 근무를 하고 난 뒤엔 잠이 잘 안 와요. 잠이 들어도 2, 3시간 만에 금방 깨요. 다음 날은 늘 피곤하고 입맛도 없어요. 생활습관 탓인지, 정신질환이 생긴 건 아닌지….”(김 씨)
“수면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3교대 근무자’의 전형적 수면장애 증상이에요. 연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주야간 교대 근무자의 14%가 수면장애에 시달린다고 해요. 하루 몇 시간이나 자나요?”(주 교수)
“워낙 자는 시간이 들쭉날쭉해서 잘 모르겠어요.”(김 씨)
“1주일 정도 하루에 몇 시간을 자는지 한 번 점검해 보세요. 성인은 하루 6, 7시간 자야 해요. 잠이 안 올 땐 어떻게 하세요?”(주 교수)
“다음 날 일해야 하니까 누워서 계속 있어요. 하도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셔본 적이 있는데 오히려 다음 날 더 피곤하던데요.”(김 씨)
“ 잠이 오지 않는다고 억지로 누워 있지 마세요. 잠자리에 누운 지 20, 30분 지나도 잠이 들지 않는다면 차라리 일어나세요. ‘하루이틀 못 자도 좋다’고 편안히 마음먹고요. 대신 침실에서 나가서 조금 지루한 책을 읽으면서 잠이 오도록 해보세요.”(주 교수)
특히 김 씨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술을 마시는 건 고쳐야 한다. 술은 쉽게 잠이 들도록 도와 주지만 오히려 속이 쓰리고 더부룩해 숙면을 방해한다. “매주 근무 시간이 바뀌는데 어떻게 하면 바뀐 시간대에 잘 적응해서 잠을 잘 수가 있을까요?”(김 씨)
“우선은 주변 환경과 생활습관을 바꿔 보세요. 낮에 잘 때도 최대한 밤처럼 짙은 색 커튼을 쳐 어둡게 하고 소음도 없애고요. 잠을 잘 때 체온이 떨어지니까 약간 서늘하게 하는 것도 좋아요. 밤에 일할 때는 최대한 조명을 밝게 해 몸이 낮처럼 느끼도록 하고요. 낮은 밤 같이, 밤은 낮같이.”(주 교수)
1 시간의 시차를 극복하는 데 우리 몸이 필요한 시간은 하루. 교대 근무는 되도록 간격을 길게 만든다. 일주일보다는 한 달이 더 좋다. 순서도 시계방향인 주간-오후-야근 순으로 바꾼다. 근무 시간대가 바뀔 때는 하루이틀 푹 쉬어야 한다.
○ 억지잠 청하기보다 편한 마음 가져야
수면제는 수면 습관을 바꿔도 잠이 오지 않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수면제를 먹으면 다음 날 일에 지장이 있지는 않나요? 기억력이 떨어지고 치매에 걸린다고도 하던데요?”(김 씨)
“ 요즘에는 짧은 시간에만 작용하는 수면제가 많이 나왔어요. 물론 약 기운이 다음 날도 조금 남아서 작용하죠.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시적 현상이에요. 치매는 전혀 근거 없는 말이지만 중독성은 주의해야 합니다.”(주 교수)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올바른 수면습관
△잠이 안 올 땐 뒤척이지 말고 일어나 따분한 일을 하자
△낮잠은 45분 이내로 줄이자
△수면 시간에 관계없이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해라
△운동은 잠자리 들기 3∼6시간 전에 마치자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TV를 보지 않는다
△배가 고프거나 배가 부른 것도 좋지 않다. 따뜻한 우유 한 잔이 좋다
■전문가 진단…불규칙한 수면이 원인 뒤바뀐 환경 적응해야
잠을 못 자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다. 잠을 설치면 다음 날 몸이 처지고 졸립기만 하다. 그러다 밤이 되면 정신이 맑아진다.
불면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우울증 조울증 등 정신질환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불규칙한 수면습관도 중요한 원인이 된다.
사람 뇌의 시상하부는 개인의 의지에 앞서 독립적으로 ‘수면리듬’(밤이 되면 잠들게 하고 해가 뜨면 잠을 깨게 하는)에 관여한다.
그러나 직장인 가운데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밤에 일하고 낮에 자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강력한 ‘수면리듬’을 거역하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불면증의 빈도가 높다.
불면증이 지속되면 생체리듬이 깨지고, 생체리듬이 깨지면 호르몬 계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다른 질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밤낮이 바뀐 불리한 상황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잘 활용해 적응하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
수면장애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면일지’를 써보는 것도 좋다. 전체적인 수면의 정도와 깊이, 수면의 방해요소, 잠자기 적절한 시간 등을 파악해 정리해 본다.
수면습관을 바꾼 뒤에도 불면증이 계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한 뒤 수면제를 단기간 사용한다. 빛을 이용한 ‘광 치료’는 시차를 극복하는 데 주로 도움이 된다.
주연호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
◇직장생활을 하면서 생기기 쉬운 병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경험담 등에 대한 제보를 e메일(health@donga.com)로 받고 있습니다. 다음 순서는 ‘속쓰림과 위통증’입니다.
[일터에서 건강찾기]<9>속쓰림과 위통증
국
내 H증권사의 자산관리사(FC)인 윤천식(34·경기 하남시 신장동) 씨는 만성 속쓰림 환자다. 속쓰림에 좋다는 젤 타입의
위장약(제산제)을 사무실 서랍에 소복하게 쌓아 놓고 먹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제산제도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복용한 지
한두 시간 뒤면 다시 속이 쓰려 하루 3, 4개는 먹는다.
기대처럼 움직여 주지 않는 주가지수, 여기다 남의 돈을 관리하는 부담감은 ‘증권 맨’이라면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윤 씨는 한 달 전부터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속이 아프고 가끔은 가슴이 뒤틀리는 것 같아 정밀검진을 받기로 했다.
10일 찾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의 정훈용 교수는 간단한 문진 후 위내시경 검사를 권했다.
“위내시경 결과를 보니 예상대로 ‘역류성 식도염’이네요. 여기 위와 식도가 이어지는 부위를 보세요. 정상인은 표면이 매끄러운데, 파인 부위가 있죠? 위산이 계속 역류하면서 상처를 낸 거예요.”(정 교수)
“그럼 위염이나 위궤양이 아닌가요?”(윤 씨)
“예,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가슴이 아픈 게 특징이에요. 심장병인줄 알고 흉통센터로 가는 환자도 있어요.”(정 교수)
또 걷거나 서 있을 때보다 눕거나 잠을 잘 때 증상이 심해진다. 위와 식도가 수평을 이뤄 위산이 쉽게 이동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위산이 왜 식도로 올라가나요?”(윤 씨)
“ 일반적으로 세 가지 원인이 있다고 해요. 우선 위산이 많아서죠. 그러면 위에서 식도로 올라갈 가능성이 많죠. 흔히 ‘위산과다’라고 하지만 하루 동안의 분비량은 정상인과 환자가 비슷해요. 다만 나오지 않아야 할 때 많이 나오는 게 문제죠.”(정 교수)
우선 불필요한 위산의 분비를 막으려면 ‘위를 비울 때는 비우고, 채울 때는 채워야’ 한다.
일부 환자는 위나 식도의 점막이 과민해져서 적은 위산의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는 쉽게 점막이 반응하도록 만들 뿐 아니라 위산의 분비도 자극하기 때문에 위 환자엔 반드시 피해야 할 적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술도 마셔 보고. 하지만 술을 마신 뒤엔 속도 더 아프던데요.”(윤 씨)
“술은 절대 피해야 해요. 술은 주로 저녁 늦게 마시잖아요. 그러면 자는 동안에도 위에 음식이 남아 있고 위산이 계속 나오기 쉽죠. 적어도 잠자리에 들기 3, 4시간 전에는 술이나 음식을 먹지 않는 게 좋아요.”(정 교수)
“요즘에는 속이 심하게 쓰려서 아침마다 위에 좋다는 유산균 음료를 마시는데….”(윤 씨)
“위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가 살고 있어요. 유산균은 HP의 활동을 둔화시키지만 죽이지는 못해요.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먹을 때뿐 근본적 치료는 안 됩니다.”(정 교수)
젤 타입의 제산제도 점막을 보호하고 위산을 중화시키는 작용을 하지만 근본적 치료는 아니다. 제산제의 주요 성분인 칼슘 마그네슘 등이 많아지면 위산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
“우선 생활 습관부터 바꾸세요.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과식하지 마시고요.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면 위산이 많아져요.”(정 교수)
또 위 속의 압력이 높아지면 위산이 역류할 수 있으니 몸에 꼭 조이는 옷은 입지 않는 게 좋다. 식사 후 허리띠를 느슨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생활 습관을 고쳐도 나아지지 않을 땐 위산 분비를 줄이는 약이나 점막 자극에 대한 반응을 늦추는 약 등을 사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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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 전문가 진단
증상은 1주가량이면 좋아지지만 움푹 파인 상처(식도염)가 나으려면 8주는 걸린다.
속 이 쓰리거나 위 또는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 가운데 실제로 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과거에는 속 쓰림과 위통 환자 대부분은 과다한 위산 때문에 위벽이 헌 ‘소화성 궤양’이나 또는 위염 등 위 자체의 이상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 점막이 손상되는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내시경 검사를 통해 점막이 파인 경우가 30%, 위산의 자극을 받아 점막의 색이 변한 경우도 20%나 된다.
역 류성 식도염 환자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식생활 등 서구화된 생활 습관의 영향이 크다. 기름진 음식은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며 그동안 끊임없이 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의 양(量)과 관련이 있지만 우리 몸이 위산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도 관련이 있다.
즉, 식도나 위벽 점막의 과민도가 높을 땐 적은 위산에도 크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을 경우 우리 몸의 ‘방어능력’이 떨어져 정상적 자극도 과다한 자극으로 인식하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스트레스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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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음식이 머무르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조절하고, 술과 담배를 자제하며 적절하게 운동하면 지속적인 위산의 자극을 막을 수 있다. 또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가벼운 취미 활동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생활 습관으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때는 제산제, 위산분비억제제, 점막보호제, 신경안정제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정훈용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직장생활을 하면서 생기기 쉬운 병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경험담 등에 대한 제보를 e메일(health@donga.com)로 받고 있습니다. 다음 순서는 ‘서서 일하는 직장인의 다리 통증’입니다.
[일터에서 건강찾기]<10>하지정맥류
![]() 다 리 통증으로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회사원 김정수 씨가 다리 쪽에서 심장 쪽으로 올라오는 정맥 혈류의 양을 측정하는 검사를 받고 있다(오른쪽 아래). 하지정맥류로 진단받은 김 씨가 다리통증 완화를 위해 발목을 아래위로 움직여 주는 발목운동(왼쪽 아래)과 잠을 잘 때 다리를 심장의 위치보다 높게 하는 자세를 교육받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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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일한 지 2년이 조금 지날 때 즈음 몸에 ‘이상’이 생겼다. 처음에는 잠깐씩 다리에 쥐가 나곤 했지만 점차 시간이 길어졌고 이젠 한번 쥐가 나면 한 시간은 주물러야 통증이 사라질 정도다.
이건 무슨 병일까. 김 씨는 15일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권태원 교수에게서 몇 가지 검사를 받았고 22일엔 검사 결과를 들었다. ‘하지정맥류’였다.
“하지정맥류는 서서 일하는 직장인에겐 흔한 질환이에요. 지금은 다리 쪽 혈관이 다소 푸르스름하게 보이지만 더 심하면 혈관이 밖으로 돌출될 수도 있어요.”(권 교수)
하지정맥류는 심장 쪽으로 가야 할 피의 일부가 다리 쪽으로 거꾸로 흐르면서 장딴지 쪽에 피가 고이는 병. 피가 고이면 혈관이 늘어나고 혈압이 높아지면서 다리가 아프다.
피가 거꾸로 흐르는 이유는 심장으로 가는 피의 80∼90%를 실어 나르는 ‘심부정맥’의 피가 피부 쪽 혈관인 ‘표재정맥’으로 빠져나가거나 피가 거꾸로 흐르지 못하도록 돕는 혈관 내 밸브인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인지를 진단하는 정맥기능검사와 초음파 검사도 이 두 가지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왜 오래 서 있으면 피가 거꾸로 흐르나요?”(김 씨)
“ 서서 일하면 다리는 늘 심장보다 밑에 있어요. 그만큼 위로 올려 보내기 어려워지죠. 그런데다 다리 쪽 피가 심장까지 올 수 있는 이유는 걷거나 움직이면서 장딴지 근육이 충분히 수축하기 때문인데 가만히 있으면 수축하는 힘이 부족해지잖아요.”(권 교수)
평 상시에도 발목을 자주 아래위로 움직여 주면 장딴지의 근육이 수축해 피의 흐름이 원활해진다. 가만히 서 있기보다는 제자리에서도 걷는 등 조금씩이라도 움직여 주는 게 좋다. 앉을 때는 다리를 꼬지 않는다. 혈관이 눌려 혈액 순환이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아플 땐 반신욕을 하거나 뜨거운 물에 발과 다리를 담그고 있어요.”(김 씨)
“뜨거운 곳에 다리를 넣는 것은 좋지 않아요. 혈관이 확장돼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지는 것 같지만 늘어난 혈관이 더 늘어나 하지정맥류는 악화되죠.”(권 교수)
자주 마사지를 하면 근육이 수축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 도움이 된다. 또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신고 일하면 다리 피부 쪽 표재정맥으로 피가 잘 몰리지 않아서 덜 아프다.
“서 있지 않고 잘 때도 쥐가 나서 힘든데요.”(김 씨)
“집에서 쉴 때나 잠을 잘 때는 피가 다리 쪽으로 가지 않도록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자연스럽게 피가 심장 쪽으로 흐르면서 증상이 나아지거든요.”(권 교수)
이 런 방법으로도 충분히 통증이 사라지지 않을 땐 아예 늘어난 표재정맥을 없애는 수술을 한다. 최근엔 피부를 절개하지 않는 레이저 시술도 있다. 하지만 외견상으로 별 문제가 없거나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수술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놓는 게 좋다고 권 교수는 조언한다.
“약을 먹거나 수술을 받지 않고 발목 운동만 하다가 병을 키우는 건 아닐까요?”(김 씨)
“하지정맥류 환자 가운데 아주 일부는 심부정맥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심장으로 피가 흐르지 못합니다. 이런 환자에게서는 피부 일부에 궤양이 생기는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닙니다.”(권 교수)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전문가 진단▼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직장인은 혈액순환장애인 ‘하지정맥류’가 생기기 쉽다.
하지정맥류의 가장 흔한 증상은 다리가 자주 붓고 무거우며 저린 것이다. 밤에 잠을 자다 쥐가 나서 깨기도 하며 심하면 피부 밖으로 혈관(정맥)이 구불구불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심장 쪽으로 올라가야 할 피가 다리 혈관 내 밸브인 판막 이상 등으로 다리 쪽으로 거꾸로 흘러 생긴다. 피가 몰리면서 혈관(표재정맥)이 팽창되며 다리가 뻐근하고 저린 것.
우 리 몸의 피는 심장박동으로 힘을 받아서 아래로 이동하지만 발까지 온 피는 혈압을 잃는다. 이 피가 다시 높이 있는 심장까지 올라가려면 장딴지 근육이 수축하면서 새로운 힘으로 밀어줘야 한다. 또 정맥 안에 있는 판막이 심장을 향해 이동할 수 있도록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직장인은 다리의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축하는 힘이 약하다. 여기에다 정맥 안의 ‘판막’도 점차 제 기능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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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밖으로 돌출된 혈관이 마음에 걸린다면 피부 쪽 혈관을 없애는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권태원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교수
직장생활을 하면서 생기기 쉬운 병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경험담 등에 대한 제보를 e메일(health@donga.com)로 받고 있습니다. 다음 순서는 ‘직장인의 손목통증’입니다.
[일터에서 건강찾기]<11>전산직 손목 통증
![]() 손목 통증의 진단과 치료 컴 퓨터를 자주 사용하거나 무거운 짐을 드는 직장인에게 자주 오는 손목 통증은 힘줄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휴식과 더불어 수시로 손목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①손목 통증으로 고생하는 강영모 씨가 평소에 컴퓨터로 작업하는 자세. ②강 씨가 3월 30일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외래에서 손목 통증 원인에 대해 검사를 받고 있다. ③강 씨가 손목 통증 치료를 위해 하루 세 번 20분씩 손목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④강 씨가 최근 구입한 손목 보호용 마우스패드와 자판기패드를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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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년 전부터 계속된 오른쪽 손목 통증으로 고생하는 강영모(35·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 그는 대기업 전산개발팀 사원으로 사내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수개월 동안 오후 11시가 넘도록 컴퓨터에 매달려 있기 마련. 최근엔 숟가락을 들 때도 오른쪽 손목 통증이 왔다. 엄지손가락 쪽 손목 통증이 심하고 손목을 구부리거나 펼 때 더 아프다.
강 씨는 지난달 30일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김진삼 교수를 찾았다. 이날 손목 X선 촬영도 했지만 필름상으로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의 손목 부위가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있고 구부리면 저리고 아파요.”(강 씨)
김 교수는 강 씨의 손목을 잡은 뒤 아프다고 호소하는 부위를 꼭꼭 눌렀다.
“아야. 바로 이 부위예요. 사원 대상으로 전산 교육을 한다고 마우스를 하루 2시간 이상 붙잡았더니 통증이 더욱 심해졌어요.”
강 씨에게 손목을 구부렸다 펴게 하면서 통증 진행 과정을 관찰한 김 교수.
“손등을 보며 엄지손가락을 쫙 펴면 두 개의 힘줄이 드러납니다. 힘줄에 염증이 생겨 부어 있어요. 힘줄을 감싸고 있는 막이 퉁퉁 부은 데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통증이 생기는 겁니다.”
○ 하루 세 번 20분씩 손목 스트레칭을
강 씨는 언뜻 생각난 병명이 있는지 “혹시 손목터널증후군이 아닌가요” 하고 묻는다.
“ 아뇨. 대부분이 손목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병으로 착각을 많이 합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부위 힘줄이 신경을 눌러 생기기 때문에 손가락이나 손바닥에 저림증이 오는 것이 특징이죠. 통증이 주 증세면 ‘협착성 건막염’입니다.”
김 교수는 협착성 건막염이 잘 생기는 부위는 엄지손가락과 연결된 손목 부위나 손등 부위 등 힘줄이 일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수술은 안 해도 되나요?”
“ 통증이 1년 이상 계속되거나 1년에 두세 번 재발되는 경우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어요. 우선 2주 정도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하루 세 번 20분씩 손목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세요. 그래도 통증이 지속되면 염증을 줄이는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방법을 쓸 예정입니다.”
김 교수는 강 씨의 손을 잡은 뒤 엄지손가락 쪽 힘줄이 늘어나도록 아래 방향으로 당기는 스트레칭법을 가르쳐 줬다.
“손목 통증은 한 자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때 생기기 때문에 30분 정도 일하고 나선 쉬는 것이 좋아요. 참, 마우스도 한쪽 손으로만 사용하지 말고 반대쪽 손으로도 사용해 보도록 하세요.”(김 교수)
강 씨는 이날 컴퓨터에 사용되는 손목 보호용 마우스패드와 자판기패드 등을 바로 구입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전문가 진단 “무거운 짐 들 때도 조심… 어깨-팔꿈치 같이 써야”
직장인의 손목 통증은 컴퓨터를 자주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무거운 것을 운반하는 택배회사 직원, 또 할인점이나 마트에서 일하는 직원, 음식점 직원 등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30∼50 세 주부에게서도 많이 발생하며 손목 부근을 눌러 봤을 때 통증이 느껴지면 80%는 ‘협착성 건막염’으로 진단된다. 손가락 또는 손목을 구부리고 펴는 일을 담당하는 힘줄은 대개 팔꿈치 부근에서 손가락 또는 손목으로 연결돼 있다. 이러한 힘줄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손목 부근에 얇은 막으로 이루어진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그런데 노래방에서 노래를 갑자기 많이 부르면 목이 붓는 것처럼 힘줄도 자주 또는 무리하게 사용하면 염증이 생겨 붓게 된다. 대개 힘줄에 염증이 생기면 힘줄을 둘러싸고 있는 막도 붓는다.
결국 염증은 더욱 심해지고 통증 때문에 손을 잘 움직이지 않게 되면 터널이 더욱 좁아지면서 증세가 악화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일단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컴퓨터 키보드를 사용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작업은 되도록 피해야 된다. 일하면서 틈틈이 손목 부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경우엔 손목만을 이용하지 말고 어깨나 팔꿈치 등 좀 더 큰 관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때 손목 관절을 덜 움직이도록 의료용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면 도움이 된다.
일단 통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온찜질, 소염 진통제, 손목 스트레칭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통증이 2, 3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전문 의사의 진찰을 받아 신경이나 다른 원인에서 발생하는 손목 통증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김진삼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일터에서 건강찾기]<12>치질
![]() 변비는 자칫 치질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는 항문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게 10분 이상 앉아 있지 말아야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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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의 총무부에서 하루 3000여 건의 공문 우편을 접수하고 발송하느라 하루 6, 7시간을 꼬박 앉아 일하는 고모(33·여·서울 송파구 거여동) 씨.
2, 3주 전부터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볼 때면 항문 주위에서 ‘무엇’이 만져지기 시작했다. 2000년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와 같은 증상. 당시엔 치질 연고를 1주일 정도 바르면 곧 사라졌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4일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클리닉을 찾았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항문이 좀 아프고 많이 가려워요.”(고 씨)
“흔한 증상은 일을 본 뒤에 피가 묻고 항문 밖으로 뭐가 나오는 거지요. 일부 환자는 항문 주위가 아주 가렵거나 점액성 물질이 묻어 나온다고 해요.”(김희철 교수)
치질은 변이 아무 때나 나오지 않도록 도와 주는 항문 근육이 퇴화해 덩어리가 돼 있는 것. 또 항문 점막 안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있다. “변비가 심하거나 변기에 10분 이상 앉아 있진 않나요?”(김 교수)
“보통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일’을 보는데 최근 들어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었어요. 한 30분은 힘을 줘야 겨우 성공하고요.”(고 씨)
“변비가 있으면 치질이 될 가능성이 있어요. 사흘에 한 번 이상 대변을 못 보면 변비고요. 화장실에서 한 번에 10분 이상 계속 힘을 주면 항문 건강에 안 좋습니다.”(김 교수)
○ 육류-커피 등 자극성 음식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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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앉아 있는 것도 좋지 않은가요?”(고 씨)
“치질 환자는 항문 주위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고 정맥에 피가 몰려 있어요. 실제로 오래 앉아 있는 직장인이나 수험생, 또는 출산 경험이 있는 환자가 대부분이에요.”(김 교수)
치료는 치질의 진행 단계에 따라 다르다.
▶그래픽 참조
“아직 수술할 필요 없습니다. 수술은 배변 후 치질이 항문으로 나왔다가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거나 밀어도 들어가지 않을 때 합니다. 우선 좌욕을 열심히 하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보존적 치료를 해보죠.”(김 교수)
육 류 대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으며 장을 자극하는 커피는 피해야 한다. 술의 알코올은 혈관을 이완시키고 충혈을 심하게 해 증세를 심화시킨다. “치질을 수술하지 않고 오래 두면 나중에 수술을 해도 후유증이 크기 때문에 조기에 빨리 떼어내라고 하던데….”(고 씨)
“그렇지는 않아요. 교과서 어디에도 ‘빨리 수술할수록 좋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만 수술로 제거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재발률도 낮아요.”(김 교수)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전문가 진단
치질은 언제부터인가 입원 환자 가운데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됐다.
배변 후 경미한 출혈까지 포함하면 많은 사람들이 치질 증상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문헌에 따르면 50세 이상에서 절반이 치질을 앓고 있다고 한다.
치질의 정확한 명칭은 치핵. 항문 내 점막 안에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모든 치질 환자에게 수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치질 끝부분이 항문 밖으로 튀어 나오는 탈항이 빈번하거나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에만 수술이 필요하다.
배변 후 이따금씩 피가 나오거나 배변 당시에는 탈항이 됐다가 이후에는 원상태로 회복되는 정도의 치질은 수술보다는 증상을 완화하는 보존적 치료가 좋다.
보존적 치료의 원칙은 병을 악화시키는 원인을 피하는 것. 과도한 스트레스나 과로, 과음, 불규칙한 식사, 지나친 육류 섭취, 운동부족, 잘못된 배변습관 등이 모두 치질을 악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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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좋은 배변 습관을 기르는 것은 이 가운데 으뜸. 오랜 시간 신문을 보며 화장실에 앉아서 힘을 주고 있다면 이런 버릇은 당장 버려야 한다.
쾌변과 변비 예방을 위해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먹는다. 출혈이 잦은 사람은 미지근한 물로 좌욕을 하루 두세 번 3∼4분 하면 좋다.
김희철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클리닉 교수
[일터에서 건강찾기]<13·끝>전립샘비대증
![]() 김영문 씨가 병원을 찾아 요속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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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상 천차만별 “자가진단해 보세요”
김 씨는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에서 전립샘(전립선) 이상을 점검하는 국제전립샘증상점수(IPSS), 혈액검사, 직장수지검사를 받았다.
“자가진단검사 결과를 보니 소변을 보기 많이 힘드신 것 같네요.”(김청수 교수)
“버스를 중간에 세울 수가 없는데 요즘엔 갑자기 소변이 마려우면 참기 어려워서…. 제 주위에도 그런 동료들이 많아요.”(김 씨)
“오래 앉아 있거나 소변을 참으면 전립샘비대증이 악화되거든요. 그래서 운전하시는 분 가운데 전립샘비대증이 많아요.”(김 교수)
전립샘비대증은 요도를 감싸고 있는 전립샘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요도를 누르는 질환. 남성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경험하지만 느끼는 증상의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오줌을 자주 참으면 요도에 고인 소변이 전립샘으로 역류하면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전립샘의 이상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에 고기를 많이 드시나요?”(김 교수)
“일주일에 네 번 정도 일을 마치고 삼겹살에 소주를 먹어요. 매연을 많이 마시는데 삼겹살을 먹으면 호흡기에 좋다고 하더라고요.”(김 씨)
“전립샘은 남성 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돼지고기 등 고기에 들어 있는 동물성 지방은 남성 호르몬의 재료가 되거든요. 많이 드시면 남성 호르몬의 불균형이 더 심해져 악화될 수 있어요.”
김 씨가 하루 4, 5잔 마시는 커피도 소변을 자주 마렵게 하고 전립샘을 자극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약물로 치료할지, 수술을 해야 할 정도인지는 소변의 속도를 측정하는 ‘요속검사’와 전립샘의 비대 정도를 살펴보는 초음파 검사를 한 뒤 결정해야겠어요. 치료는 빠를수록 좋아요.”(김 교수)
○ 하체운동 자주하고 고기-커피 자제
김 씨는 IPSS에서 28점이 나와 중증으로 보이지만(7점 이상은 치료) 피검사와 직장수지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전립샘에 염증이 있는지, 암은 아닌지를 확인하는 혈액검사에서는 전립샘특이항원(PSA) 수치가 mL당 0.59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 나왔다. 4ng 이상이면 조직 검사로 암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김 씨는 추가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악화되지 않도록 우선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조언을 받았다.
“최소 2시간 간격으로 운전석에서 일어나 휴식을 취하고 소변을 참지 마세요. 갑자기 요도가 막혀서 오줌이 안 나올 수도 있어요. 더운 물에 좌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김 교수)
자주 걸어 하체 운동을 많이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키 165cm에 88kg인 체중도 줄이는 게 좋다. 비만도 전립샘비대증과 관련이 있다.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에는 물을 드시지 마세요. 혹시 감기에 걸리면 처방받기 전에 전립샘 질환이 있다고 말하세요. 감기약에 들어있는 항히스타민과 기관지 확장 약은 요도근육을 수축시켜 증상을 악화시킵니다.”(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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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 전문가 진단 ▼
남성만이 가지고 있는 전립샘은 정액의 일부인 전립샘액을 만드는 기관이다.
방광의 바로 아래에 있으며 요도를 감싸고 있기 때문에 이상이 있을 경우 배뇨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이 가운데 전립샘비대증은 주로 전립샘의 샘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요도를 압박하는 것. 40, 50대에 이르면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불균형을 이루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고령 인구가 증가하는 데다 육류 섭취가 증가하면서 서구와 같이 전립샘비대증 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남성의 전립샘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50대의 50%, 60대의 60%에서 전립샘 이상이 발견된다.
주요 증상은 배뇨와 관련이 있다. 2시간 이내에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빈뇨, 밤에 2번 이상 일어나 화장실에 가는 야간뇨, 오줌을 눈 뒤에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 오줌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 약뇨 등으로 다양하다.
심한 경우 사정 장애 등 성생활에 장애를 겪을 수도 있으며 발기부전 등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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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수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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