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2일 금요일

[펌]반짝반짝, 미드의 최전선 8

미드효과 해부
2007.05.29 / 편집부

온갖 장르를 섭렵하는 미드가 줄지어 몰려오는 가운데, 국내와 해외 미드족들이 골고루 열광하는 작품들을 모았다. 미국 내에서의 미드 전쟁도 치열한데, 할리우드 거장들의 미드 프로젝트들도 선별했다.

병원은 인생을 싣고
<그레이 아나토미> Grey's Anatomy

감독 피터 호튼, 아담 데이비슨 등 | 출연 엘렌 폼피오, 패트릭 뎀시, 산드라 오, T.R. 나이트, 캐서린 헤이글, 저스틴 체임버스 | 제작사 터치스톤 텔레비전 | 1~3시즌


인턴 교육과정이 혹독하기로 유명한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 <그레이 아나토미>는 이 병원에서 외과의를 지망하는 다섯 명의 인턴, 메러디스, 크리스티나, 이지, 조지, 알렉스의 삶과 사랑을 그린다. 2005년 3월 첫 방송된 이래 지난 17일 시즌3 마지막 방송에 이르기까지 2년을 한결같이 인기몰이 중이다. 시즌3이 끝나기 몇 주 전부터 올 가을부터 방영될 시즌4의 행방에 대한 미드팬들의 호기심은 잦아들 줄 모른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에피소드 위주로 전개된다. 5층에서 떨어졌는데도 살아난 환자를 보고 생명의 소중함에 흥분하는 조지, 수술 중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고백할 것인지를 두고 윤리적 고민에 빠진 메러디스 등, 병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삶과 사랑, 인간을 말한다.

시즌3에서는 조금 방향이 바뀌었다. 캐릭터들의 방황이 전면화되는 것.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인 이지가 사랑하는 연인이 죽어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메러디스만 바라보던 조지가 다른 동료의사 캘리와 결혼한다. 꼬인 결혼생활에 조지와 이지가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쿨하게 연애하던 크리스티나와 버크도 갑자기 ‘사랑밖에 난 몰라’를 연발한다. 급기야 메러디스는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건을 겪기도 한다. 덕분에 '메러디스가 너무 질척댄다'거나 '캐릭터가 생기를 잃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여전히 <그레이 아나토미>는 <위기의 주부들>이나 <로스트>를 제치고 ABC 방송사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즌1의 마지막부터 등장한 메러디스의 연인인 데릭의 부인, 몽고메리 셰퍼드의 쿨함도 인기를 얻어, 몽고메리 외전도 준비돼 있다. 몽고메리가 LA 병원으로 가서 벌이는 일과 사랑을 담은 <그레이 아나토미> 스핀오프 <프라이빗 프랙티스>가 그것. 가을에 방송될 시즌4에서 인생이 담긴 병원 드라마는 계속된다. 박수진 기자



전미 최고 화제의 슈퍼히어로들 <히어로즈>
감독 그렉 비먼, 앨런 아쿠쉬 등 | 출연 마일로 벤티미글리아, 마시 오카, 헤이든 파네티어, 알리 라터, 그렉 룬드버그 | 제작사 NBC | 1시즌




아무리 규모가 크고 멋지게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히어로물엔 도저히 몰입 안 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유의 정서를 즐기며 대부분의 히어로물들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양쪽 취향 모두를 빨아들이는 드라마가 바로 <히어로즈>다. <히어로즈>는 전체 미국 드라마를 통틀어 현재 가장 큰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모든 이야기에는 그 시작이 있기 마련'이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되는 이 거대한 이야기는 가히 ‘슈퍼히어로들의 정통사극’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평범한 주인공들은 각자가 가진 능력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 능력이란 지금까지 슈퍼히어로들이 가진 능력들의 기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초라하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능력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이쯤 되면 <엑스맨>의 TV판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히어로즈>는 <엑스맨>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면서도 탄탄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선인과 악인으로 명확히 나눌 수 없는 인물들은 모두 생명력이 넘치고,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불어나는 인물들 속에서도 이야기는 중심을 향해 빨려 들어가듯 모인다. 2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1시즌은 현재 마지막 에피소드만 남겨둔 상태고 한국에선 케이블 채널 ‘캐치온’을 통해 18화까지 방영됐다. 문성원 기자



전설의 별이 된 지구 <배틀스타 갈락티카>
Battlestar Galactica | 감독 로날드 D. 무어 | 출연 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 매리 맥도넬, 그레이스 박, 아론 더글러스 | 제작사 Sci Fi | 0~3시즌




우주 저 멀리, 코볼 12 행성에서 살고 있던 인간 문명은 사일런이라는 인공지능 존재의 침략을 받아 길고 긴 전쟁에 들어간다. 전쟁 중 어느 날 사일런 족이 제시한 평화협정에 속아 넘어간 인간 문명은 사일런의 갑작스런 공격으로 말살 위기에 처한다. 이에 생존자들은 우주선 갈락티카 호를 타고 전설의 13번째 행성이자 인류의 마지막 피난처인 지구를 찾아 끝없는 여행을 떠난다. 수사물, 메디컬로맨스물, 정치물 등으로 이어진 미드 열풍이 이제 미드의 본류였던 SF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사실, 미드열풍의 본류는 1970~80년대 <스타 트렉> <스타워즈> TV 시리즈 등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우주 SF물 아니었던가.

2003년 버전 <배틀스타 갈락티카>(이하 '<배갈>')는 70년대 작품인 오리지널 <배갈>을 리메이크해 미국 NBC의 자매 채널인 Sci Fi 채널에서 방영한 것이다. 믿음직한 지도자 아다마 사령관, 수많은 복제인간이 존재해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샤론 부머, 천재성을 지닌 과학자지만 불안한 심리 상태 때문에 금발 미녀에게 조종당하며 사일런의 계략에 동조한 과거를 가진 가이우스 발타 박사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별 기대 없이 방영한 이 드라마 앞으로 450만 명의 시청자가 모여들어 시즌3까지 이어졌다. 올 가을 시즌4가 미국에서 방영된다. 박수진 기자



욕망의 역사에 경배를 <튜더스>
감독 키아란 도넬리, 앨리슨 맥클린 | 출연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 샘 닐, 나탈리 도너, 제레미 노담, 마리아 도일 케네디, 제임스 프레인 | 제작사 쇼타임 | 1시즌




쇼타임에서 <덱스터>의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혹은 HBO의 <엘리자베스 1세>와 <롬>의 성공에 질투를 느끼면서 제작한 10부작 사극. 에피소드당 2백만 달러, 첫 시즌 예산만 3천8백만 달러를 쏟아 부을 정도로 많은 공을 들였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지난 4월 1일부터 시작한 <튜더스>의 첫 에피소드는 지난 3년간 쇼타임이 방영했던 드라마 중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87만여 명의 시청률은 <덱스터>보다 무려 44%나 더 높은 수치였다. 이다지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배경은 무엇일까? 드라마의 주인공은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가 연기하는 헨리 8세다. 헨리 8세는 헨리 7세의 둘째 아들이자 요절한 형을 대신해 18세 나이에 왕위를 물려받는다. 헨리 8세는 종교개혁만큼이나 그에 영향을 미친 복잡한 여성편력으로 유명했다. <튜더스>의 출발점은 6명의 왕비 중 첫 사형희생자가 될 앤 블린과의 관계가 시작되는 시기다. 그것만으로도 <튜더스>가 집중하는 부분이 잘 드러난다.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는 영화 <매치 포인트>에서 보여줬던 야망을 넘어서는 광기 어린 캐릭터를 잘 소화해 스타덤에 올랐다. 고증은 던져두고 잔혹한 욕망의 역사에 경배를 올리는 듯한 이 패셔너블한 사극은 현재 에피소드 7까지 진행되었고, 여전히 뜨겁다. 문성원 기자



프로파일링 25시 <크리미널 마인드>
감독 제프 데이비스 외 | 출연 맨디 파틴킨, 토머스 깁슨, 셰마 무어, 매튜 그레이 구블러 | 제작사 CBS | 1~2시즌




<CSI> <NCSI> 등 극강의 수사물 라인업으로 유명한 CBS 방송국의 최신 수사물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는 프로파일러 집단인 FBI의 BAU(Behavior Analysis Unit : 행동분석팀)의 활약을 그린다. 프로파일러는 증거에 입각한 과학 수사관들과는 달리 심리분석을 통해 범인의 유형을 추론해내는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의 전문가. 두뇌게임을 통해 범인을 쫓다보니 각각의 에피소드가 한 편의 스릴러영화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천재 박사 리드 역의 매튜 그레이 구블러는 또 하나의 미드 스타 탄생을 예고케 한다. CBS의 야심찬 수사물인 <크리미널 마인드>는 에드워드 앨런 베네로라는 10년 경력의 전직 경찰이 제작자로 참여해 극의 리얼리티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스피드> <라이언 일병 구하기> <그레이 아나토미>를 제작한 미다스의 손, 마크 고든이 총지휘를 했다. 스타급 배우들이 포진하지는 않았지만 빠른 상황전개와 증거사진에서 범죄현장으로 넘어가는 편집기법, 삶에 혜안을 주는 경구들의 인용, 완성도 높은 음향과 영상은 <크리미널 마인드>만의 특징이다. 미국 현지에서 2005년 9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현재 시즌2의 마지막 편 방송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CGV채널에서 시즌2의 중반부가 절찬리에 방영 중이다. 김교석 기자



규모와 리얼리티가 쌍벽을 이루다 <롬>
ROME | 감독 마이클 앱티드, 앨런 쿨터 외 | 출연 케빈 맥키드, 제임스 퓨어포이, 시아란 힌즈, 폴리 워커 | 제작사 HBO, BBC | 1~2시즌




시대극 드라마에 대한 기준을 바꿔놓은 미드. 이런 규모, 이런 고증의 서사극 드라마는 영화의 스펙터클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미국 HBO와 영국 BBC가 만들어낸 대규모 서사극 <롬>는 이탈리아에서 올 로케이션을 감행했다. 시즌 1이 인기몰이를 한 후 어마어마하게 프로덕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시즌 2는 무려 1억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HBO조차 감당키 어려운 제작비 문제 때문에 시즌 2를 10회로 끝냈고 시즌 3 제작은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이야기는 BC 25년, 로마 공화정 말기에서 출발한다. 줄리어스 시저의 갈리아 정복을 시작으로 옥타비아누스가 권력을 장악하고 로마 제정시대를 열기까지의 역사를 압축한다. 그러나 역사적 인물을 타이틀롤로 삼는 대신 루시우스 보레누스와 타이투스 풀로라는 두 명의 마초 평민을 전면에 내세우고, 역사 속 유명인들을 조연 삼아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런데도 로마 문명이 서양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학구적 관심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물론이요, 기독교적 세계관이 서양사를 지배하기 전 근친상간, 근친혼, 동성애가 일상이던 로마시대의 풍경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로마라는 거대 국가의 야만성과 문명성이 남자와 여자, 주인과 노예, 귀족과 평민의 대립을 통해 다층적인 구조 안에서 충돌하는 것. 시대극의 거장이자 <코난 - 바바리안>의 감독 존 밀리어스가 제작에 참여했고 이 외에도 <007 언리미티드>와 <나니아 연대기 2>의 감독인 마이클 앱티드, <할리우드 랜드>의 감독이자 <섹스 앤 더 시티> <소프라노스>의 에피소드들을 연출했던 앨런 쿨터 등이 <롬>의 에피소드 연출을 하며 탄탄한 스토리를 이어간다. 타락한 시대상을 반영하느라 노출과 폭력을 자제하지 않는 19세 이상 관람가 수준의 표현도 미드 폐인들을 열광시킨 요소 중 하나다. 김혜선 기자



연쇄살인범의 사회 적응기 <덱스터>
감독 마이클 쿠에스타 외 | 출연 마이클 C. 홀, 줄리 벤즈 | 제작사 쇼타임 | 1시즌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미국 쇼타임의 화제작. 모기가 살갗을 파고드는 것을 미세 현미경으로 바라보듯 시작하는 <덱스터>의 오프닝 시퀀스는 살인의 전주곡이자 피의 찬양곡 같이 아찔하다. 신인 작가 제프 린제이가 쓴 베스트셀러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를 원작 삼아 만들어졌지만 드라마가 소설보다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일 만큼 완성도가 높다. <덱스터>는 살인본능을 어쩔 수 없다면, 사회의 암적 존재들을 골라 완벽하게 없애버리겠다고 작정한 연쇄살인범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연쇄살인범을 전면에 세워 살인과 신체 훼손을 미화한다는 비난도 일었지만 궁극적으로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는 방식을 체득하는가를 색다른 소재로 풀어낸 이야기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마이클 C.홀의 원 맨 드라마. 소재 자체부터 독특한 이 드라마는 첫 회 방영 시 60만 명이 넘는 시청자를 기록하며 쇼타임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갱신한 시리즈가 됐다. 예상치 못한 높은 인기에 쇼타임은 계획에 없던 시즌2의 제작에 나섰고 올 가을 12편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방영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시즌1을 방영한 바 있는 FOX채널에서 다음 시즌도 방영한다. 김교석 기자



못생겨서 가치 있는 이야기 <어글리 베티>
감독 리처드 셰퍼드 외 | 출연 아메리카 페레라, 에릭 마비우스, 앨런 데일, 바네사 윌리엄스 | 제작사 ABC | 시즌1




못생긴 베티의 좌충우돌 회사생활. <어글리 베티>의 이야기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언젠가는 꼭 잡지를 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베티는 이력서를 내는 곳마다 못생긴 얼굴에 촌스런 패션감각 때문에 물을 먹는다. 그러다 업계 최고의 패션잡지 ‘모드’ 편집장 비서직에 덜컥 합격한다. 편집장의 아버지이자 모드 그룹의 회장이 바람둥이 아들이 비서와 바람나는 것을 막으려고 못생긴 베티를 비서로 낙점한 것이다.

ABC 방송이 컬럼비아 TV 드라마 <나는 못생긴 베티>를 각색해 <어글리 베티>를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베티 역의 배우를 찾는 것이었다. 못생기긴 해도, 지혜와 솔직함 같은 행동으로 사랑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안성맞춤'인 아메리카 페레라가 있었다. 2002년 선댄스영화제에서 <리얼 우먼 해브 커브>라는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받아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페레라는 기꺼이 베티 역을 위해 교정기를 끼고, 두꺼운 뿔테안경을 썼다. 촌스러운 패션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페레라는 올해 골든글러브시상식 TV 부문에서 최우수여자연기상을 받았으며 2007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도 선정됐다. 그녀가 시상식에서 말했던 것처럼 <어글리 베티>는 “TV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을 가져다 줬기에 소중한 드라마”다. 현재 미국에서 시즌2가 방영된 <어글리 베티>는 KBS가 발 빠르게 계약을 맺어 한국에서도 미국 현지와 큰 시차 없이 공중파로 볼 수 있다. 채널 CGV에서는 6월 11일부터 방영할 계획이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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