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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D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것은 오래 전도 아닌 지난 5월.
2008년 초부터 프랭클린 플래너를 시작했었다.
사명서를 작성하고 그날 그날의 일과를 계획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하고..
별로 크지도 않은 컴팩 사이즈였지만 주어진 페이지의 반도 채우지 못하는 날이 늘어만 갔고
빈 페이지의 수 만큼이나 내 마음의 짐도 무거워만 갔다.
급기야 가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컴팩 사이즈 플래너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나는 머리가 좋지 않다.
그래서 플래너의 도움을 빌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일 벌리는건 또 무지하게 좋아해서
한달만 그냥 멍하니 살면 내가 이리저리 벌려놓은 일들에 치여
손가락 사이로 술술 빠져 나가는 시간들과 업무들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 마다 내 자신에 대한 실망... 나에대한 주위 사람들의 실망...
이대로는 살기 싫었다. 이대로는 살 수 없었다.
몇권의 다이어리와 한권의 플래너를 흘려 보냈다.
시간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정작 많은 시간을 시간관리에 관한 글들을 읽는데 낭비하는 내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하기만 할 뿐이었다.
비로소 알았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간단한 것이지만 그게 내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건 먼길을 돌아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행동하는 것
모든 것의 처음과 끝은 이거였다.
행동하지 않으니 당연히 결과도 없었다.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고, 행동 한다해도 끝을 보지 못했다.
이 블로그만 해도 그렇다. 이 블로그에 제일 처음 글을 쓴건 2007년 3월.
그 이후로 2년간 놀고 있었던거다.
나는 이런 놈이다.
행동하지 않는 놈.
2009년 들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순전히 업무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 나 나름의 방식을 세워 나가기 시작했다.
무겁게 느꼈던 컴팩 플래너의 무게를 줄이는 대신 클래식 사이즈로 바꿨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A5 사이즈의 자작 속지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자작 속지라고 해봐야 프랭클린플래너 까페에 누군가 올려 놓은 메모장을 프린트해서
양면 복사를 하고, 구멍 주위가 찢어 지지 않도록 테이핑 한 다음
반으로 절단하고, 타공하는 것이다.
이것만 해도 상당한 노력이 들긴 한다.
들어가는 테이프도 상당하며, 절단, 타공에도 무시못할 시간이 들어간다.
이것도 대충대충 하는게 아니다.
줄밖에 없는 메모장이지만 내 업무는 모두 이 종이들에 정리되고 10년 이상 보관할 것이기 때문에
이 작업을 하는 내 모습은 경건하기 까지 하다.
한번에 작업하는 양은 약 40장. 반으로 나누니 80장의 메모지가 나온다.
이렇게 나온 메모지들은 선박 이름별로 포스트 잇을 달고 관련 업무가 정리 되게 된다.
예전에 일자별로 정리할 때는 선적건 별 히스토리가 관리가 안되 힘들었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순발력마저 덩달아 나쁜 나는 상세한 내용이 탁탁 기억나지 않아 힘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고 나서부터 그런 일은 많이 줄었다.
가격이나 총 중량, 제품 스펙 같은 중요한 것들은 모두 한 선적건 메모장안에 기입을 하고 한일과 해야할일을 순서대로 기록 해 나간다.
여기서 GTD 방식이 진가를 드러내게 된다.
내 플래너에는 총 4개의 업무 관련 섹션이 있다. (다른 하나는 개인적인 섹션이다.)
1번섹션은 일종의 보관함 개념으로 현재 추진 중인 계약건들을 담고 있는 섹션이다. 아직 바이어나 셀러 양쪽이 다 정해지지 않았지만 초기 추진 과정부터 기록을 해 두어야 이후 잊어 먹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기록한다.
이 섹션은 항상 가변적이다.
중국에서 나온는 제품을 필리핀, 베트남, 태국에 마케팅 하는 탭과 (탭은 프로젝트 개념으로 보면 되겠다.)
필리핀에서 구매하기 원하는 제품을 중국, 중동 등에서 소싱하는 탭이 처음에는 따로따로 존재한다.
그러다 중국-필리핀으로 거래가 확정 되고 나면 한쪽 탭의 내용을 다른 한쪽에 모두 옮겨 적는다.
그때부터 이 탭은 거래선 이름을 달고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할 일이 없어진 또다른 탭은 회계에서 하듯 종결 처리한 후 그 아래에 새로운 추진 내용이 들어가게 된다.(그대로 버리기엔 메모지에 들인 공이 너무나도 크다...ㅡ.ㅡ)
2번 섹션은 보관함(1번섹션)에서 당장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오는 곳이다. 딜이 이루어 지면 선박을 수배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신용장을 개설하고...등등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들이 계획되고, 처리되는 곳이다. 거래선명으로 관리되던 탭들이 선박이 확정되고 나면 비로소 배 이름을 달고 정식 탭으로 올라서게 된다. (내 마음 속에서만~~~^^) 이때 부터 탭 이름이 적히는 포스트잇도 테이프로 한겹 옷을 입고 영구적으로 보관될 채비를 마친다.
3번 섹션은 pending 건들이 모여 있는 섹션이다. waiting list로 보면 될텐데 보통 펜딩 업무들은 선적건이 마무리 된 이후에 마무리 업무지만 당장 끝나지 않는 업무들이 많아 waiting list라기 보다는 '지지부진 언젠간 처리~!' 리스트로 보면 될 것이다. 이 업무들은 내가 열심히 한다고 처러가 빨리 되는 것도 아니고, 거래선에서 시간을 끄는 경우도 많이 때문에 3번 섹션에 들어와서 완전 마무리가 되기 까지 1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 플래너에서 제일 쓸데 없이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섹션이 바로 이 3번 섹션인데 그래도 따로 빼지 않고 두는 편이 까먹지 않기 위해서는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대로 둔다. (실제로도 부피 때문에라도 한번 더 보게 된다. 뭐 뺄 수 있는 탭이 없나~ 해서~^^)
3번 섹션에서 마무리 된 탭들은 4번 섹션으로 넘어가는게 아니라 보관 바인더로 넘어가게 된다. 여기에는 내가 이 메모장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있었던 모든 선적건 및 사내 업무들이 모여 있다. 지금도 '08년 6월 XXX 선박 선적건 어떻게 처리 됐었지?' 라고 누가 물으면 바로 보관 바인더를 꺼내어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잘 보관, 정리 되어 있으며 그만큼 내겐 소중한 자료 들이다.
마지막 4번 섹션은 사내 업무 / 지점과의 업무 / 자주 필요로 하지만 잘 잊어 먹는 꼭 기억해야 할 사항들이 기록되는 섹션이다. 자주 필요는 없지만 (그래서 4번섹션) 연중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위에서 봤듯, GTD의 원리를 차용은 하지만 약간 내게 맞게 변형된 형태의 GTD를 활용하고 있다.
이게 무슨 GTD야~! 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프로젝트 / 보관함 등이 있고, 프로젝트별로 해야할 일들은 일단 무조건 적고 보기 때문에 GTD의 기본은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약 1년 정도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 해 왔고, 초기 6개월 정도 꾸준히 개선을 했다.
그 후로부터 지금까지 반년간은 거의 변동 없이 안정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별다른 변동 없이 같은 시스템으로 가게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GTD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기록으로서의 가치인데
기록이 가치를 가질 수 있는건 얼마나 꾸준히 동일한 방식으로 상세하게 기록되었냐를 따졌을 때 세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을 때인데
직접 만든 시스템이니 만큼 꾸준히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거고
시스템으로서 필요한 형식이나 요소들은 반년 전에 set up이 끝났으므로 두가지는 충족 된 것 같다.
남은 것은 얼마나 상세하기 기록을 유지하는가가 관건.
기껏 기록을 찾았는데 원하는 내용은 쏙 빠져있고, 생각의 흐름이 기록 되 있는데 최종적으로 어떤게 결정 됐는 지가 안적혀 있다면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 것은 역시 GTD가 해결 해 줄 문제라고 생각한다.
GTD의 베이스 안에서 GTR Get Things Record 한다면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닌 업무 일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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